이재명 후보(이하 李)가 '다주택자 양도세 1년간 완화' 방안을 내놓았죠. 민주당이 이르면 연내에 국회에서 처리하겠답니다. 미리 말해 한시적으로 이렇게 해줄 테니 표좀 달라는 포퓰리즘입니다. 비루하고 치사하고 던적스럽스럽기 짝이 없습니다.
李의 과거는 어땠습니가. 지난해 국회 기재위원장이었지요. 다주택자 양도세를 중과세하는 법안을 주도한 장본인입니다. 그런 그가 지금 민주당 선대위 정책본붖아을 맡아 양도세 1년간 완화 정책을 하겠답니다. 논리가 전무합니다. "(작년과) 정책 환경이 달라졌다."
정책 환경은 달라진 게 없습니다. 대선에 급한 여당의 정치 환경이 달라졌을 뿐입니다. 아마도 본인도 뭔 소리를 해댄 건지 모를 겁니다. 양도세 중과의 부작용을 그렇게 지적해도 듣지 않던 사람이 이제 와서 백팔십도 다른 소리를 뇌까리다니, 헛웃음이 납니다.
이 정부의 부동산 세제는 시작부터 엉망진창이었습니다. "보유세 강화가 국제 추세"라는 말을 상기해보죠. 이 명분으로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를 대폭 올렸지요. 종부세는 위헌이고 이중과세이며, 집 가진 자에 대한 징벌적 세제라는 말은 밀쳐둡시다.
정부는 이렇게 보유세를 올렸으면 거래세는 낮춰야 하는 게 글로벌 스탠다드라는 말은 쏙 빼먹고 부러 외면했습니다. 국제 추세와 정반대로 취득세·양도소득세 등 거래세도 대폭 올려버렸죠. 보유세와 거래세를 동시에 강화하는 반시장주의 세제 폭력을 가해놓고서 조세 정의를 운운하기까지 하면서요.
그 현실은 어떻습니까. 매물은 들어갔고 거래는 급감했으며 전셋가, 월셋가, 매맷가 삼중 폭등이 이어졌지요. '조정대상지역'의 다주택자에게 최대 82.5%의 양도세를 매기자 퇴로가 차단된 다주택자들은 서둘러 매물을 거뒀습니다. 이에 집값은 더 올랐고, 자녀에 대한 주택 증여가 확산하면서 '부의 대물림'이 심해졌습니다.
민심은 이반되고 거센 파도처럼 거칠어졌습니다. 이런 판국인데 부동산 문제가 악재가 되자 눈 가리고 아웅하고 있습니다. 어제의 말과 오늘의 말을 뒤섞어 형체를 불분명하게 만들기는 예사입니다. 얼마 전 양도세 폭탄을 맞은 사람들의 반발이 무서워 소급해 깎아줄게, 라고 했다가 사실이 아니라고 급해명했던 해프닝을 떠올리십시오.
이번 정부는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롭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기회의 불평등, 과정의 불공정, 결과의 부정의를 선사합니다. 합리는 깨졌고 신뢰는 박살났습니다. 저들은 선거에 유리하다면 법도 몇 번이고 고치고 뒤집을 겁니다.
이런 가운데에서도 돈 많은 자를 탓하고, 집 가진 자를 멸시하며, 그들을 끌어내리려고 하고 다주택자를 죄악시하는 사람이 이 땅에 적잖습니다. 이런 어줍잖은 선악 이분법의 프레임에 넘어가는 자들은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침몰 중인 가난의 배에 탑승한 것입니다.
부디 제 블로그에 들어오는 귀중한 구독자 이웃님들은 현실을 냉철하게 직관하시길 바랍니다. 선동가들의 프레임에 넘어가지 말고 숫자를 신뢰하며, 믿을 만한 소수 전문가들, 블로거들의 말에 귀기울이며 능동적으로 상황에 대처하십시오. 지금은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잃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한 시대인지도 모릅니다. 당신도 그래야 합니다.
나는 전 정권보다 이번 정권이 국민을 더 개돼지 취급하고 있다고 여긴다. 영화 <내부자들>은 지금 이 시기에 더 들어맞는 리얼리티 드라마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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