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주택 지옥으로 전락하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월급쟁이 무주택자보다 더 비참한 현실에 놓은 것은 20대 청년층이다.
그들은 지금 집을 고민할 수 있는 출발선에조차 서지 못하고 있다.
그 출발선은 월급을 모을 수 있는 직장의 있음일 터인데,
그 직장의 있음조차 낙타가 바늘 구멍 들어가듯 난망해졌다.
최근 한국경제연구원이 모노리서치에 의뢰한 설문 조사 결과를 보자.
전국 20대 청년 542명을 대상으로
'청년 일자리 인식 설문조사'를 실시햇다고 한다.
미리 결론부터 말하자면 암담하기 이를 데 없다.
요즘 20대 청년들에게 좋은 일자리의 최소 연봉은 3000만 원 수준에 불과했다.
응답자 10명 중 7명은 원하는 직장에 취업이 어려울 것이라고 답을 했다.
좀 더 살펴보자.
좋은 일자리의 최소 연봉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40.2%가 3,000만~4,000만 원이라고 말했다는데(4,000만~5,000만 원(20.6%), 2,000만~3,000만 원(15.2%)의 순), 코로나 사태를 맞아 역대 최대 규모의 통화량이 팽창으로 인하여 인플레이션이 본격화하는 현금 가치 실종의 시대에 연봉의 하한선이 이정도여도 족하다는 것은 이들이 지금 얼마나 취업 시장에서 지쳐있는지를 짐작게 한다.
그런데 이것도 언감생심일 뿐이다.
청년들은 지금 열패감에 찌들어 있다.
취업 자체가 안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청년들은 일자리에 대한 한 오라기 희망도 머금기 어려운 처지였다.
구직조차 힘들 것이란 절망적인 인식이 더 팽배했으니,
원하는 직장에 취업할 가능성에 대해
응답자의 69.5%는 '낮다'(매우 낮다 포함)고 답했다.
이는 높다(매우 높다 포함)고 응답한 비율(28.6%)의 2.5배에 육박한다.
또 향후 청년 일자리 상황이 악화할 것이라고 전망한 비율이 62.9%로
현재와 비슷하거나(30.7%) 좋아질 것(6.4%)이란 응답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았다.
이들은 기성세대에게 피해의식을 느끼고 있었다.
기성세대의 정년 연장이 신규 채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거라고 본 청년들이 63.9%에 달한 것이다.
세대 갈등 우려가 상존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 취업한 청년들은 어떨까.
그들은 취준생보다 여건은 나은 편이지만 근로의욕이 매우 떨어져 있었다.
이들이 생각하는 부자의 기준은 총 자산 규모 10억~20억 원(23.5%)과 20억~50억 원(22.9%) 정도였는데,
부동산 폭등이 근로 의욕을 저하시키는 제1 요인이었다.
다시 말해,
부동산 폭등(24.7%)
물가 상승(21.5%)
세금 부담(20.4%)
주식·암호화폐 등 투자 열풍(15.8%)
순으로 삶에 대한 의지를 깎아내리고 있었던 것.
언젠가 나는 무주택자를 위한 나라가 갈 수록 없어지고 있다고 썼는데,
무주택 청년들을 위한 나라가 없어지고 있다고 쓰는 것이 더 정확해 보인다.
이래나 저래나,
개탄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청년들이 불안감을 떨치고 있는 힘껏 일 할 수 있는 사회는 올 수 있을까.
현실이 너무 오리무중이어서 그럴 것이다, 라고 답하기도 힘에 부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지의 낙관주의를 유지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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