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가 연구기관들마저 집값이 앞으로 더 상승할 수밖에 없다고 말하는 것에 우리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집권 말기이고 대선 국면이 다가오고 있으며, 레임덕이 끝자락에 이른 상황이니 이제서야 슬금슬금 제 목소리 내는 게 아니겠는가.
앞서 나는 '현 정부 부동산 정책 작심 비판한 국책연구원 보고서'라는 포스팅을 했었다.
인용한 발췌 문구는 이러했다.
"역대 정부가 부동산과 관련한 정책을 설계할 때 정부에서 장악하고 있는 공공 부문부터 제대로 설계했어야 하는데, 경영평가가 보편화된 이래 공공 부문 역시 수치화·계량화된 실적과 성과에 매몰되면서 차익과 폭리를 노리는 '악덕 투자자'와 다르지 않게 되었다"
"부동산 명목가치의 상승에 따라 경제도 성장한 것 같은 착시가 생기는데, 실수 또는 부정부패를 감추고 싶은 정치인과 공직자들로서는 잠시라도 생색낼 수 있어 좋다."
"시장이 비정상적으로 경직된 현재 시점에서는 가격 급등 기조가 여전히 유지되고 있지만, 원가에 비해 터무니없는 가격이고, 실질소득의 한계와 시간의 경과로 인해 이 가격이 오래 유지되지 못할 것임도 알 만한 사람은 안다. 다만 부동산 가격이 정상화되면서 겪게 될 비극적 결말을 애써 부정하며 다들 현재에 매달리고 싶을 뿐."
"지금이라도 여야를 불문하고 정치가와 공직자들부터 각성할 필요가 있다."
"부풀 대로 부풀려진 비정상적인 부동산 가격을 유지하여 환상을 조금이라도 더 지속시킬 것인지, 아니면 지금이라도 바로잡을 결정을 해야 한다."
"핵심은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는 데 있어야 하는 것이지, 시장을 억누르는 데 있는 것이 아니다."
"부동산 가격을 통제하는 것이 주된 정책목표가 되어서는 안 되고, 이른바 거래절벽이나 매물잠김과 같은 현상이 나타나지 않도록 유통 및 소비와 관련한 규제와 조세를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어느 정도 또는 규모의 주택을 '지나치게 많이 가졌다'고 할 것인지에 대한 객관적 기준이나 사회적 합의 없이 등기부상 복수의 주택을 명목상 소유한 것만으로 다주택자라고 규정하고, 종합부동산세 등 부동산세 중과의 핵심 표준으로 삼았다."
"현정부는 보유주택의 수량에만 천착한 '다주택'이라는 관념을 일방적으로 부동산정책에 투입·고수하고, 충분한 정책검증 과정없이 임대차 3법을 강행함으로써 스스로 소유자 적대적 또는 반자본주의적 이미지에 갇히게 된 측면도 적지 않다."
나는 대체로 해당 보고서 의견에 동의를 하되 한 가지는 이견을 제기했다. 이렇게.
"지금 부동산 가격은 부풀 대로 부풀려진 비정상적인 가격이라는 지적엔 반대한다. 이런 가격이 이제는 정상이 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이것은 환상이 아니라 당면한 상태이며, 지금이라도 바로잡을 결정이 필요한 게 아니라 받아들이고 대처해야 하는 잔인한 현실이다. 거스를 수 없는 상수인 것이다."
이를 전제로 최근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비대면으로 개최한 'KDI 부동산 포럼' 일부 내용을 소개한다.
KDI가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 등의 말을 빌려 주택 가격 상승 기조를 인정했기 때문이다.
어떤 내용이었는지 보자.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추진했던 '서울시 뉴타운 정비사업 해제' 정책이 아파트 공급 부족에 영향을 미쳤다는 주장이다.
사실 작년, 재작년, 그 이전부터 해왔던 소리이고, 전문가마다 앞다퉈 이 문제가 아주 심각하다고 지적해왔다. 심한 뒷북이랄까.
어쨌거나 '집값이 고점을 찍었다'는 정부 설명과 달리 민간에서는 주택 가격 상승기는 앞으로 2, 3년간 계속될 거라고 이들은 전망한다.
사실 뭐, 눈치껏 저렇게 잡은 것이지 2~3년 + a는 기본이라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 저들은 그 +a를 감추고 있다.
박 교수 주요 발표 내용을 살피면,
"2014년 전후 진행된 서울시 정비사업 출구 전략으로 393개 구역이 해제됐고 26만 채의 물량이 축소됐다."
"서울 도심에 주택공급이 이뤄지지 못해 낭비한 통근비용은 연간 5000억 원에 이른다."
정도이고,
윤 연구원은 이런 주장을 했다.
"고평가된 주택가격은 2, 3년 뒤 주택공급이 본격적으로 이뤄지는 시점에야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
"양도소득세와 취득세 세율이 높아지며 주택을 사고파는 게 어려워져 기존 주택 공급이 부족해졌고, 신규 주택이 본격적으로 공급되려면 시간이 필요해 주택 상승기가 당분간 계속될 것이다."
KDI 측에서도 이번 포럼 결론이 무엇이었는지를 한 문장으로 압축해 보여준다.
"가격 상승폭은 지금보다 축소되겠지만 상승세는 최장 3년간 계속될 것이라는 게 포럼의 결론이었다."(KDI 관계자)
저들 말처럼 최장 3년일지 그 이상일지는 여러분이 판단하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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