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 비용은 참 이상했다. 문자메시지에 찍힌 카드 내역을 봐도 어디에 썼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았다. 도시락 9000원, 카페 1만6000원, 편의점 4800원, 약국 5만1000원… 합계 370만 원. 카드 값을 보고 그럴 리가 없다며 하나하나 세부 항목을 들춰보면 놀랍게도 다 내가 썼다."
한주주(필명) 씨가 쓴 <월급쟁이의 첫 돈 공부>에 나오는 구절이다. 한주주 씨에 대한 포스팅을 앞서 했던 바, 이번에는 그녀가 주간동아와 했던 인터뷰 중 주요 멘트만 발췌해 소개한다. 주옥 같은 내용인지라라 다른 형태로 읽어보면 또다른 인사이트와 배움을 얻을 것이다.
1년에 많게는 9천만원까지 썼다는 철 없던 욜로는 어떻게 각성하여 파이어족 자산가가 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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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도 돈을 써보지 않은 사람이 갑자기 백화점 명품 쇼핑을 하고 이런 건 어려워요. 처음에는 아웃렛에서 예쁜 옷을 샀고 피부과도 다녔어요. 한창 유행하던 압구정 브런치를 즐기거나 와인을 마시고 호캉스를 하며 소확행을 즐겼죠. 입사 후에는 밤 10시, 11시까지 일하다 보니 '힘든 나를 위해 이 정도는 해줄 수 있지' 하는 생각으로 보복 소비를 즐겼고요. 월급이 200만 원 중후반대였는데 매달 신용카드로 300만~400만 원씩 썼어요."
"입사 후 3년 동안은 아무 생각 없이 소비했어요. 그러다 휴대전화 요금이 결제 계좌에서 빠져나가지 못했다는 문자메시지를 받고 깜짝 놀랐죠. 휴대전화 요금이 많아야 10만 원 미만인데, 그게 없다고? 충격이었어요. 우아해지고 싶어 소비를 시작했는데 우아해지기는커녕 마음 졸이는 상황에 놓인 거죠. 이후에는 카드 값 연체를 고민해야 했고, 줄줄이 갚아야 할 돈이 남아 있었어요. 그때부터 허리띠를 졸라매기 시작했죠."
"일단 빨리 돈을 모아야 할 것 같았어요. 그래서 '선(先)저축-후(後)소비'를 결심했죠. 은행에 가서 월 90만 원짜리 적금에 가입했어요. 빚 3000만 원이 있는 상태로 적금을 든다니까 은행 직원이 의아해하더라고요. 결국 몇 개월 안 돼 해지했어요. 빚이 있는 상태에서 생활비도 나가야 하니 적금 감당이 안 되더라고요. 일단 빚부터 갚기로 했죠."
"1년가량 걸렸는데, 거의 숨만 쉬고 살았어요. 당시 마통 연이율이 7%였고, 낮은 걸로 갈아타도 5%였어요. 월급은 물론이고 보너스, 명절 상여금, 야근 수당을 전부 빚 갚는 데 썼죠. 주말 특근도 불사했고요. 건강이 나빠지긴 했는데, 그나마 젊어서 버틴 것 같아요.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와 TV를 멀리하고 좋은 소비 습관을 만들고자 애썼어요. 빚 갚기는 최대한 짧고 굵게 하는 걸 추천해요. 기간이 늘어지면 몸도 마음도 지치거든요."
"중국 상하이시장 우량 종목에 투자했어요. 2000만 원을 투자해 중국 우량 종목 20개 정도를 포트폴리오에 담았는데 그때가 사상 최고점이었어요. 투자하자마자 주가가 폭락하기 시작했죠. 하루에 30%까지 빠졌어요. 그 후 몇 번의 서킷브레이커가 올 정도로 심각한 폭락장이 이어졌는데 계속 '물타기'를 했어요. 바닥없이 계속 내려가는 모습을 보니 '그동안 얼마나 아끼고 모아서 투자한 건데…' 하는 마음에 자괴감이 들었죠. 2~3개월 주식 창을 아예 보지 않고 빠져나올 타이밍만 살폈어요. 다행히 익절하긴 했는데, 그 일을 계기로 당시 쥐고 있던 주식을 전부 팔았어요. 분산투자의 한계를 느꼈거든요."
"20개 종목에 분산투자하면 반드시 이상한 애들이 몇 개 포함되기 마련이거든요. 거기 신경 쓰다 보면 마음마저 분산되는 기분이 들었어요. 주식을 한 번 싹 정리한 뒤에는 해외 빅테크 기업 1개 종목에 집중 투자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바꿨어요. 당시에는 텐센트에 투자했어요. 주식이 오르든 내리든 매달 꾸준히 사서 모았는데 그때 '자산의 순풍'을 타게 됐죠. 분산투자를 강조하는 분이 많은데, 자산이 엄청 많으면 모를까 바구니에 담을 달걀이 얼마 안 되는 월급쟁이는 1개 종목에 집중해 꾸준히 투자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해요."
"해외주식만 갖고 있어요. 시가총액 톱 5 안에서만 투자하죠. 애플과 아마존, 테슬라 비중이 높고,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 주식도 갖고 있어요. 해외주식에 집중한 이유는 원화에 대한 불안감 때문이에요. 미국 어학연수 때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겪으면서 한국에서 보내온 생활비가 환율 때문에 절반으로 줄어드는 경험을 했거든요. 국내주식과 달리 해외주식은 큰 이슈가 아니면 뉴스로 접하기 쉽지 않아 '거리두기'가 가능한 것도 저에겐 장점이었어요. 뉴스를 너무 열심히 챙겨 보면 일희일비하게 되고 조급해지더라고요."
"10억, 20억 원을 모으면 퇴사한다고 많이들 얘기하는데 제 기준은 명확했어요. 실거주가 가능한 내 집 1채, 2~3년가량 손대지 않아도 될 5억 원, 2년치 생활비 5000만~6000만 원이 있을 것. 집은 입지가 괜찮으면 좋지만 꼭 그럴 필요 없고 서울일 이유도 없었어요. 사람마다 기준이 다르니 선택하면 될 것 같아요. 남들 따라갈 필요 없어요. 앞으로 놀기만 하면서 여생을 보내지는 않을 것 같거든요. 소소하게 수익을 창출하고 있고, 앞으로도 돈은 벌 생각이에요. 수년 뒤면 금융자산이 소비액보다 불어나 있을 테고, 속도도 빨라질 거라 생각해요."
"책도 쓰고 유튜브에 출연하면서 다양한 분과 소통하고 있어요. 주변 소개를 받아 '월주복(월급쟁이 주식투자로 복리의 마법을 이루자)'이라 이름 짓고 일대일 투자 코칭도 하고 있죠. 규모가 크지는 않아요. 제 생각을 강요하기보다 마음속 정답을 가린 먹구름을 걷어드리는 역할을 하고 있어요. 2022년 3월부터는 경제대학원에 들어가 공부하고 강의하며 책을 쓸 생각이에요."
"타이밍은 누구도 모른다는 점을 인정하면 투자가 쉬워져요. 저점 매수를 할 수 있을 것이다 확신하는 게 더 위험해요. 직장인이라면 주가와 상관없이 월급으로 꾸준히 좋은 주식을 매수하면 될 것 같고요. 차익 실현한다고 10~20% 오르면 팔곤 하는데, 애매한 차익을 얻고 팔 주식은 애초에 사지 않는 편이 나아요. 천장이 없는 주식을 꾸준히 모으는 게 낫죠."
"제 투자 원칙과 전략은 상승장, 하락장 상관없이 똑같아요. 지금이 상승장인지 하락장인지는 전문가도 당장 모르고, 시간이 한참 지나봐야 알 수 있어요. 그렇기에 흔들리지 않는 원칙이 중요해요. 주식을 매수할 때는 '시총 톱 5 종목만 장기투자하자' 주의예요. 자산 20%는 현금으로 보유하고요. 투자는 운칠기삼(運七技三)을 넘어 운구기일(運九技一)에 가까워요. 꾸준히 공부해 운이 좋을 때는 좀 더 좋고, 운이 나쁠 때는 좀 덜 나쁠 수 있는 투자 원칙을 세우면 유리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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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면 돈 모아 부자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안 하고 제자리에 있기 때문에 못 되는 것일 뿐.
다시 말해,
못 되는 게 아니라 안 하는 것이다.

누구나 시행착오는 있다. 극복하냐 마냐는 그저 본인의 의지와 실천에 달렸을 뿐. 나아갈 자는 결심하여 나아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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