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욜로 생활을 즐기던 철없는 월급쟁이 여성이 있었다. 제나름 취업은 잘했던지라 벌이가 제법 괜찮았고 지레 어깨가 으쓱해져서 버는 족족 쓰기 바빴다.
그런 그가 어느 순간 '회심'을 했다. 내일을 생각지 않는 욜로의 함정을 자각, 지금은 악착같이 벌고 정승 같이 버는 재테크계 고수로 올라섰다.
마이너스통장 3천만원을 뚫어 5억원으로 불린 것이 한 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첫 직장이 삼성전자였어요. 입사했을 때 나이는 29세였고요."
당시 빚은 3천만원이었다.
"입사자 커뮤니티에 '삼성전자에 합격하면 은행에서 마이너스통장을 만들 수 있다'라는 정보를 접했어요. 입사하면 시간도 없으니 여행도 미리가야 한다. 일단 마통으로 당겨 쓰고 입사해 갚으라고 하더라고요. 솔깃했죠. 해서 은행에 바로 가서 마통을 뚫었는데……."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갑자기 3천만원이 생겼다는 생각에 '영끌 투자'가 아닌 '영끌 소비'를 시작한 것.
"한 번도 돈을 안 써본 애가 갑자기 명품 쇼핑을 하긴 어렵죠. 처음엔 아울렛 같은 데 갔어요. 예쁜 옷을 주워담고 피부과도 다니고……."
처음엔 이것도 소확행이라고 여겼다. 압구정 브런치를 즐기고 와인을 마시고 호캉스를 하기 바빴다. 밤 11시까지 일하는 일이 다반사이다보니 '나를 위한 선물'이라는 명분으로 이른바 '보복 소비'를 했다.
아니, 그럼 얼마나 벌었길래.
"월급이 200만 원 중후반이었어요. 그런데 신용카드로 매달 300~400만원씩 썼죠……. 그렇게 쓴 돈이 1년에 9000만원이 넘어요."
'현타'가 온 것은 입사 후 3년이 지나서였다. 3년 동안은 아무 생각 없이 쓰느라 바빴다. 버는 족족 썼다. 문제읫기일랑 없었다. 그러다 스마트폰으로 이상한 문자가 한 통 왔다.
"휴대전화 요금이 계좌에서 빠져나가지 못했다는 문자메시지를 보았어요. 깜짝 놀랐죠. 요금이 많아야 10만원인데 그게 없다니 충격적이었어요. 우아하게 살고 싶어 소비를 시작했는데 마음 졸이는 상황에 처한 거였죠."
이후부터 정신차리기 시작하는 그녀. 카드값 연체를 고민하며 줄줄이 갚아야 할 돈이 남은 것을 보고 허리띠를 졸라맸다. 각성한 것이다.
일단 저축을 했다. 선저축, 후소비를 습관으로 삼았다. 의욕이 앞서 월 90만원 적금도 들었다. 그러나 이내 해지. 이유는 이미 빚이 30000만원이 있었던 탓이었다. 몇 개월 뒤 해지하고 빚부터 갚기로 한 것.
그렇게 1년 간 "숨만 쉬고" 살며 "월급은 물론 명절 상여금, 야근 수당을 전부 빚 갚는" 데 섰다. "주말 특근도 불사"했다.
그녀는 말한다. "젊어서 버틴 것 같아요."
나를 바꾸는 과정은 험난했다. "인터넷, TV를 멀리했어요. 좋은 소비 습관을 만들려고 노력했죠. 그러고 보면 빚 갚는 건 최대한 짧고 굵게 해야 하더군요. 기간이 길어지면 심신이 지쳐요."
물론 빚만 갚은 것은 아니었다. 계속 돈을 모으며 투자책과 강의를 들었다. 월급이 들어오는 족족 예금을 부었다. 그렇게 5천만원을 모았을까. 마침내 투자를 시작했다.
"5000만원 모았을 때 주식투자를 처음 했어요. 해외주식 투자로 차근차근 시드머니를 불렸어요."
그럼 어떤 종목을 투자한 걸까.
"상하이시장 우량 종목에요. 2000만원을 투자해 중국 우량 종목 20개 정도를 포트폴리오에 담았죠. 하필 그때가 고점이었지만……."
투자하자마자 주가는 폭락. 하루에 30%까지도 빠졌다. 그 후 몇 번의 서킬브레이커가 왔다. 멘탈이 나가는 것 같았다. 그러나 '존버' '물타기'를 했다. 손절하지 않은 것이다.
"심각한 폭락장이 이어졌죠. 그러나 그럴 수록 계속해서 '물타기'를 했어요. 바닥없이 계속 주가가 내려가니 '그동안 얼마나 아끼고 모아서 투자한 건데!'하는 억하심정이 들더군요. 자괴감이 들었고 2~3개월 주가창을 안 보고 빠져나올 타이밍을 살피곤 했어요. 그러다 다행히 익절을 했는데, 그 일이 큰 계기가 돼 쥐고 있던 주식을 전부 팔았습니다. 분산투자가 한계가 있구나, 라는 걸 느꼈거든요."
그녀 얘기를 조금 더 들어볼 필요가 있다.
"20개 종목에 분산투자하니 반드시 이상한 애들이 껴 있어요. 거기 신경스면 마음이 흐트러져요. 마음마저 분산되죠. 그래서주식을 한 번씩 정리하고선 해외 빅테크 기업 1개 종목에 집중 투자를 했습니다. 당시엔 텐센트에요."
오르든 내리든 궤념 안 했다. 매달 꾸준히 사서 모았다.
"분산투자를 강조하는 분이 많죠. 자산이 엄청 많으면 모를까요. 바구니에 담을 달걀이 얼마 안 되는 저 같은 월급쟁이에겐 쉬운 일이 아니예요. 1개 종목에 집중 투자하는 게 더 효과적인 거 같아요."
지금 그녀는 해외주식만 보유 중이다. 시가총액 톱5만 투자한다. 이를 테면 애플, 아마존, 테슬라 비중이 제일 높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도 보유하고 있다.
그녀에게 해외 주식이 좋은 것은 요즘 자주 말하는 '거리두기'가 가능해서였다. 그만큼 묻어두는 습관이 길러지는 것이었다.
자, 그럼 현재 그녀는 어떤 삶을 구가하고 있나. 2020년 10월, 10년 넘게 다닌 삼성전자를 퇴사, 현재 그녀는 '자유인'이다. 파이어족, 이른바 경제적 자유를 실현했다.
그녀의 투자 원칙을 정리하자면 이러하다.
"저점 매수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하는 것은 위험해요. 직장인이라면 주가와 상관없이 월급으로 꾸준하게 좋은 주식을 사서 모으면 돼요. 차익 실현을 위해 10~20% 옹르면 파는데, 애매한 차익을 얻고 팔 거면 애초에 건드리지 마세요. 천장이 없는 주식을 계속 모아나가야죠."
"상승장 하락장 상관없이 제 투자 원칙은 똑같아요. 지금이 상승장인지, 하락장인지 전문가도 모르죠. 시간이 한참 지나봐야지만 알거든요. 그렇기에 흔들리지 않는 저만의 원칙을 수립해야 해요."
"제 경우에 한해선 주식 매수시 시총 톱 5 종목만 장기투자하자 주의에요. 자산 20%는 현금 보유하고요. 사실 투자는 운칠기삼을 넘어 운구기일이라고도 하죠. 꾸준히 공부해서 운이 좋을 땐 좀 더 좋고, 운이 나쁠 땐 좀 덜 나쁠 수 있는 투자 원칙을 가져야 합니다."
그녀의 퇴사 원칙도 같이 들어보자.
"10억, 20억 원을 모으면 퇴사한다고 많이들 얘기하는데, 제 기준은 명확했어요. 실거주 가능한 내 아파트 1채, 2~3년가량 손 안 대도 되는 5억원 금융자산, 2년치 생활비(현금) 5~6천만원 정도."
그녀는 그저 놀고 먹는 인생을 즐기고 있을까. 전혀. 책도 쓰고 유튜브도 출연하며 여러 사람과 소통 중이다. '월급쟁이 주식투자로 복리마법을 이루자'는 1:1 투자 코칭도 한다. 올 3월부터는 경제대학원에서 공부하며 강의하고 책도 쓸 예정이라고.
'부자에 대한 단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월 200 일용직 A씨가 수십억대 다주택자가 된 이유 (0) | 2022.02.06 |
---|---|
40·50대를 지나 은퇴 후까지 쭉 부자로 살려면 (0) | 2022.02.04 |
월급 250인데 400씩 쓰다가 멘탈 나가고 각성한 여자 (2) | 2022.01.27 |
시간 부자가 되어야 진짜 부자입니다 (0) | 2022.01.27 |
성공적인 투자자는 '학습기계'가 되어야 한다 (0) | 2022.01.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