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부캐'라는 말이 유행이다. 부캐는 '부캐릭터'의 줄임말. 본업과 차별화되는 또다른 나를 키운다는 뜻인데, 실제론 진정한 부캐를 만든 사례는 많지 않다.
진정한 부캐라면 부업, 겸업을 넘어서서 부캐를 본업으로 삼을 수 있어야 하건만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
유튜버를 겸업하는 월급쟁이들도 보통 1000만원 이상 월 수익이 나와야 부캐를 본캐로 삼는 길을 고민한다고 한다.
그런 점에서 김 봉수 전 카이스트 화학과 교수(62)는 꽤 특이 케이스다. 그 좋은 교수직을 놓고 부캐인 주식 투자자를 본캐로 삼은 사례이기 때문이다.
그는 2019년 본캐인 교수를 사실상 내던졌다. 2005년 주식 투자를 시작한 지 15년만인데, 여러 종목에서 10배 넘는 수익을 내 '슈퍼 개미'가 되더니 2010년대 중반부터 400억원이 넘는 자산을 운용하고 있다.
엄청난 부자인데도 그는 한 달에 200만원 정도 쓰는 게 전부라고 한다.
"생각이 업인 사람은 돈 얼마 안 쓴다. 클래식 바이올린 협주곡들과 몽블랑 만년필을 좋아한다. 퇴직하고 좋은 건 소설을 맘껏 읽는 것.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와 소설가 김정환 전집을 퇴직하고 나서 읽었다. 올해 주식이 많이 올라 음악 들을 여유가 생겨 최근에는 36년 만에 오디오를 바꿨다."
최근 중앙일보에 나간 그의 인터뷰 멘트를 발췌해 소개해본다.
"생각하고 싶은 게 있으면 한 달 내내 그것만 몰입할 수 있어 좋다. 교수를 좀 더 빨리 그만뒀어야 했나. 최근에는 미·중 패권 전쟁과 코로나19 이후의 미래 예측에 집중했다. 2017년 휴직, 2019년 퇴직했으니 5년쯤 된 거다."
"우리 시대에는 사회가 노벨상을 강요한 면이 있다. 사회는 의대보다 과학자를 추천했는데 이공계를 택한 이들은 지금 많이 후회한다. 또 교수 일이 힘들어 딸들에게 신경 쓸 시간이 없었다. 20년 간 주말 없이 자정까지 일하며 석·박사 학생들을 졸업 시켰다. 그렇게 살다 48세에 경제적 이유로 본격적으로 투자를 시작했다."
"순 자산은 아니고 그 정도(500억원) 운용했다. 2018년부터 트럼프가 중국을 공격해 가치 투자자들이 어려움을 겪었다. 나도 손실이 컸지만 수익률보다 내 예측대로 되는지를 더 중요하게 생각했다. 작년 3월 이후 세상과 시장이 예측대로 흘렀다. 이전에는 계좌가 줄면 몸무게가 줄었는데 요즘 아주 잘 회복하고 계좌도 극복했다."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는다는 게 제일 좋다. 한 달에 200만원 정도 쓴다. 생각이 업인 사람은 돈 얼마 안 쓴다. 클래식 바이올린 협주곡들과 몽블랑 만년필을 좋아한다. 퇴직하고 좋은 건 소설을 맘껏 읽는 것.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와 소설가 김정환 전집을 퇴직하고 나서 읽었다. 올해 주식이 많이 올라 음악 들을 여유가 생겨 최근에는 36년 만에 오디오를 바꿨다."

대전 자택 근처에서 만난 김봉수 전 카이스트 화학과 교수. 여성국 기자
"바둑을 둘 때 판세가 진행되면 우열이 가려진다. 박빙인 게임도 있고 대마가 죽어 한쪽이 망한 게임도 있다. 투자는 압도적인 승패에 베팅하는 거다. 그런 게 보이는 산업, 종목이 있다. 미래를 예측하고, 경영자를 잘 살핀다. 돈 잘 버는 천재들이 있다. 재무제표만으로는 알 수 없고 스티브 잡스 같은 남다른 점들이 보이는 이들."
"실은 주식은 유전자가 중요하다. 우사인 볼트가 잘 달리는 건 유전자 덕이다. '운7기3'이 아니라 '운9기1'이다. 노력으로 바꿀 수 있는 건 10%인데 그거라도 최대한 노력해봐야 한다. 투자는 참을성이 있어야 한다. 기다리는 게 정말 어렵다. 일종의 단거리 경주인 단타 투자는 잘 못한다."
"돈이 코로나 이전보다 두 배 이상 풀렸다. 아직 해 뜨기 직전이라고 본다. 작년 3월에 V자형 반등을 예측했다. 코로나 이후 시대에는 이전처럼 아무 일 없던 것처럼 돌아가는데 물동량이 늘어나는 해운, 또 조선을 좋게 봤다. 다만 해운은 레버리지로 움직여 조선주가 낫다고 본다. 사람들은 2~3개월을 보지만 나는 장기적으로 본다. 잘 기다리는 사람이 챙겨간다."
"가치주에 사서 테마주일 때, 남들이 흥분하고 파티할 때 판다. 내가 생각하는 적정 가치보다 3배쯤 올랐을 때다. 위기와 폭등은 연결됐다. 이때 엄청난 돈이 오간다. 의연하게 기다리는 쿨한 이들에게 큰 보상이 온다. 상한가 맞아 흥분할 때 냉철하게 파는 사람이 쿨한 사람이다. 훈련으로 흥분 정도를 약화시킬 순 있는데 아주 힘들다."
"주식 잘하는 건 영어 수학 잘하는 법과 비슷한데 보상의 차원이 다르다. 서울대, 카이스트 나왔다고 다 잘하는 건 아니다. 공부 잘하는 사람은 주식에서 유연성이 부족하더라. 머리는 기껏해야 30% 차이다. 집중력이 중요하다. 부족한 만큼 더 공부하면 된다. 공부법은 이미 세상에 많이 나왔다. 나는 트럼프한테 계좌가 박살 나는 과정에서 많이 배웠다. 좋은 책에 나온 말들이 다 맞더라."
"안 본다. 유튜브는 지식의 홍수에서 색인, 속독, 분류가 어렵다. 또 좋은 정보는 그런 곳엔 없다. 주식 유튜브는 영업과 마케팅, 예능이다. 다만 책은 읽기 어렵지만, 유튜브는 그냥 보면 되니까 초심자들에게는 유익할 수 있다고 본다."
"암호화폐는 과거 튤립 같은 사기고, 유사종교나 다름없다고 본다. 자본주의는 원래 부채로 투자하는 게 필연적이지만, 부채는 위험하다. 안전하게만 살면 너무 지루하니까 해볼 수는 있다. 다만 그 위험은 모두 당신 몫이다."
"지루하지 않게 살고 싶다. 다만 지루하면 창의적이고 가치 있는 일을 한다. 코로나 이전 해외여행을 많이 다녔다. 코로나가 끝나면 누구나 여행을 가고 싶어한다. 보복적 소비도 마찬가지다. 앞서 말한 조선업을 좋게 보는 이유도 이거다. 또 환경 이슈도 있으니까. 종목은 얘기하지 않는다."
"돈을 더 쓸 곳은 없지만, 돈은 계속 벌고 싶다."
"주식 투자는 자신에게 필연이고 전쟁이다."
현자의 생각을 간접적으로나마 엿들을 수 있는 것은 복된 일이다. 우리는 이런 사람들에게서 최대치 배움을 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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