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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에 대한 단상

부자인 '척'하면 벼락거지되지 부자 못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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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는 사람을 만드는가. 아니다. 사람이 브랜드를 만든다. 그리고 브랜드 만드는 사람은 삶을 대하는 태도로 규정된다. 그리하여 "manner maketh man". 영화 <킹스맨>의 바로 그 유명 대사.

언제부턴가 이 땅엔 유명 브랜드에 목 매는 사람이 널렸다. 백화점 명품관엔 아침부터 대기 인원이 장사진을 이루고 거리 곳곳엔 고가의 외제차가 즐비하다.

무수한 이들이 좋은 차, 좋은 시계, 좋은 백, 좋은 가구 등등 온갖 부티크한 '것'들로 삶을 치장한다. 왜 그럴까. 부자도 아니면서 왜 그리 패물에 신경 쓰고 허례허식에 목숨을 거나.

남보다 낫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함일까. 그럴 것이다. 정확하게는 남보다 나은 '척' 하기 위함이고, 부자인 '척' 하기 위해서다.

<이데올로기의 종언> <자본주의의 문화적 모순> 등 역작을 남긴 미국 유명 사회학자 다니엘 벨(1919~2011)은 이와 관련해 이처럼 지적한 적 있다.

"자본주의적 상품 교환에서는 실용성보다 외관이 중심이 된다." 속된 말로 '간지'가 좔좔 흘러야 한다는 것. 진품 같은 짝퉁이 그토록 잘 팔리는 이유도 남보다 나은 사람이고 싶은 허위의식 때문이다.

문제는 부자가 아닌데 부자인 '척' 한다는 사실이다. 짝퉁 부자인 이들은 짝퉁 소비로도 만족하지 않는다. 제 소득으로 감당키 힘든 과소비로 삶을 허비한다.

예컨대 월 200만원 받는 게 전부이면서 BMW 5시리즈를 풀 할부로 결제해 '카푸어' 벼락거지가 된다거나, 제 월급에 버금가는 백을 사는 젊은이들이 다반사다. 어차피 집 사긴 글렀으니 돈 모을 생각은 커녕, 하루 하루를 탕진하는 거다.

이들은 트렌드를 말한다. 언제 어떻게 될 지 모르는데 하루 하루 짠내 나게 살 필요 있겠냐면서. 이른바 카르페디엠, 욜로다. 청춘의 삶의 미학일지니, 하루 하루 폼생폼사하며 추억을 만드는 게 우선돼야 한다고 이들은 주장한다.

그런 이들에게 나는 말해주련다. 꼴깝 떨지말라고. 제 허한 내면을 겨우 그런 걸로 치장하려 한들 삶은 절대 나아지지 않는다.

그리고 멋지지도 않다. 마케터의 브랜드 마케팅에 넘어가고 판매자가 내미는 아름다운 이미지에 현혹되는 게 뭐가 멋진가. 한심하지.

내면의 심지가 굳은 사람은 그런 걸로 자존감 올리려 하지 않는다. 자존감은 물질로 완성되지 않음을 이들은 잘 안다. 그래서 그 어떤 이미지보다 나 자신의 명석판명한 이성과 판단을 중시한다. 그럴 수 있는 생각과 말과 행위를 갖추는 것이야말로 그 어떤 소비 행위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부자인 '척'하지 않는 사람, 진짜 부자는 그 멋진 아르마니 양복도, 로렉스, 오메가 시계도 과시를 위해 차지 않는다. 그냥 마음에 들면 살 뿐이다. 그러나 혹여 제 분수에 맞지 않는 가격이면 절대로 무리해서 사지도 않는다. 기회비용을 따져 더 유익한 데 쓰면 되기 때문이다.

이쯤에서 우리는 부자들이 돈 버는 방법 중 하나를 기억해야 한다. 바로 광고와 쇼윈도다. 부자인 척하는 사람은 참 부자들을 위해 돈 갖다 바치기 바쁘다. 광고와 쇼윈도에 놀아나 스타크래프트 SCV처럼 온종일 미네랄을 캐고 모은 족족 소비에 탕진한다. 그리고 그 소비가 부자들의 소득이 돼준다.

정작 부자들은 어떤가. 그런 메피스토의 속삭임에 넘어가지 않는다. 광고와 쇼윈도 따위 눈길도 주지 않는다. 남들이 불어넣은 이미지에 세뇌되지도 않고 타인의 판단에 의존하지도 않는다. 남한테 보여주려는 태도만큼 어리석은 게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명심하라. 부자가 되려면 부자인 척하면 안 된다는 것을. 부자인 척하게 만드는 꼬드김에 넘어가다간 투자에 쓸 자금과 시간이 점점 제로 베이스로 수렴한다는 것을.

그러므로 기억하라. 당신이 진실로 부자가 되려 한다면 제 미래를 위한 자산을 소유해야 한다. 당장 과시하려고 지르는 순간 감가되는 사치품 따위에 인생을 저당잡히지도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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