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국민 기업이고 망할 리가 없다는 덴 대체로 동의한다. 하지만 삼전만 사면 부자된다는 생각엔 반대한다. 무슨 이유에서인가.
일반적으로 우량주는 대기업이나 시가총액 상위 종목을 의미한다. 그런데 여기엔 자주 간과되는 사실이 있다. 젊은 동학개미라면 특히나. 바로 우량주 리스트는 시간에 따라 바뀐다는 사실이다. 2010년6월 시가총액 상위 종목 10개 중 10년이 지난 2020년까지 그 리스트에 존재하는 기업은 몇 군데였을까?
겨우 3개뿐이다. 심지어 순위가 오른 기업이 없다. 조선업 대장 현대중공업은 소리소문없이 사라졌고, 대형 바이오 기업들과 인터넷 기업들이 하나 둘 자리를 꿰찼다. 현재 현대중공업의 주가는 10년 동안 3분의 1로 곤두박질 쳤으며, 네이버는 다섯 배가 뛰었다.
여기서 묻고 싶다. 네이버에 지금 투자하고 10년 이상 묻어두면 반드시 큰 돈이 되는가? 그렇다고 당신은 자신할 수 있는가?
이와 관련해 김현준 더퍼블릭자산운용 공동창업자 겸 대표의 설명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김현준 대표는 <부자들은 이런 주식을 삽니다>라는 자신의 책에서 '생존편향의 오류'라는 것을 설명한다.
그에 따르면 생존편향의 오류란 "살아남지 못한 사례들을 수집하기 어려운 탓에 해당 시점에 생존해 있는 사례만을 대상으로 분석하여 성공사례를 일반화해 낙관적으로 전망하게 되는 것"을 뜻한다.
다시 말해 우리는 살아남은 사례만을 편향적으로 수집해 진실을 보지 못한다는 것이다.
한 때 우량했던 기업도 흥망성쇠를 걷는다. 우량하다는 말은 높은 성장성, 튼튼한 재무건전성, 훌륭한 경영진 능력, 우수한 브랜드 가치 등을 집약한 표현이다.
실제로 전 세계 선박업계를 주름잡았던 현대중공업도 중국의 부상과 함께 옛 영광을 내준지 오래다. 우량주라는 이유로 현대전자와 대우전자에 투자했던 다수 개미들 돈은 현재 휴지조각이 돼버렸다.
그럼 삼성전자는 어떠할까. 젊은 동학개미들이 삼전 하면 떠올리는 것은 대부분 스마트폰이다. 그러나 삼성전자가 돈을 버는 건 반도체를 통해서다. 삼성그룹의 출발은 CJ제일제당이 영위한 설탕이었고, 그 뒤 섬유와 비료를 거치며 가전제품 회사가 됐다. 스마트폰과 반도체 판매사로서의 삼성전자의 모습은 그리 오래된 게 아니다.
김현준 대표의 말은 그런 점에서 설득력이 있다.
"그때에는 존재하지도 않았던 카카오톡은 지금은 전 국민의 손과 눈을 사로잡아 카카오라는 신흥 재벌을 길러냈다. 향후 10년 뒤 우리나라 시가총액 상위 종목에 새로운 이름이 자리잡고, 또 다시 그 기업들은 마치 그 이후 10년 동안 세상을 지배할 것처럼 많은 이들의 입에 오르내릴 것이라고 확신한다."
결국엔 기본으로 돌아가자는 얘기다. 우량주라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묻어두지는 말자는 것이다. 삼전이든 삼바든 셀트리온이든 네이버든 카카오든 해당 기업이 시류의 변화에 잘 좇아가는지, 후발주자들의 압박에 맞서 경쟁력을 계속 높여가는지, 혹여나 과욕을 부려 탈이 날 조짐은 없는지 등을 끊임없이 모니터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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