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런 버핏의 말처럼 장기투자하면 무조건 돈을 벌 수 있는가? 미리 말해, 그렇지 않다. "10년 동안 보유할 주식이 아니라면 단 10분도 보유하지 말라"던 버핏의 조언엔 중요한 전제가 누락되어 있다. 정말로 10년 동안 보유해도 될 만한 최상의 주식이어야 한다는 전제 말이다.
한 주식을 10년 이상 보유하려면 그 기업에 대해 소상히 꿰고 있어야 한다. 기업의 건강검진서인 재무제표와 사업보고서 만 술술 꿴다고 다가 아니다. 최고경영자(CEO)가 예나 지금이나 믿음직한 사람인지, 그 아래 경영진은 어떤 이들인지, 다수 직원들은 회사의 현재에 만족하는지, 이 회사의 앞으로 사업 계획에 리스크는 없는지 등을 알아야 장기 투자를 할 수 있다.
버핏에 대한 오해가 있다면 그가 직감으로 찍기하듯 장기투자 종목을 고른다는 것이다. 현실은 그 반대다. 그는 한 기업에 대해 경영자 못지 않은 지식을 가질 만큼 공부하고 분석한다. 그런 다음 판단을 내린다. 많은 시간을 들여 기업을 분석했지만 장투하기 적절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면 그는 미련 없이 다른 기업을 찾는다. 그게 현명한 투자자 버핏이다.
하지만 수박 겉핥기로 투자 거인들의 이야기를 주워들어온 대부분 개미들은 이런 사실을 외면한다. 장투를 위한 사전 작업들이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고, 또 귀찮기 때문이다. 하루하루 밥벌이하느라 바쁜 직장인들이 투자할 기업을 손품, 발품까지 해가며 분석하기가 어디 쉽겠는가.
현재 국내엔 매스컴이 띄워준 존 리 같은 어용이 버핏 흉내를 낸다. 실제 수익률이 얼마나 되는지 본인 자산은 얼마나 있는지도 공개 안 하지만 뭇 대중은 그를 추종한다. 그의 책을 한 두 권 훑어봤고, 다른 책들은 서점에서 살펴본 적 있지만 본질은 책장사일 뿐이다. 그는 말한다. 단타 매매하지마라. 가치주, 우량주에 장기투자하라. 이런 말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다.
문제는 개미가 장투한다고 부자되는 건 아니라는 사실이다. 최근 조선일보는 <장기투자는 만능?…초우량주도 '10년 간 2배' 9개뿐>라는 기사를 냈다. 한국거래소가 국민의힘 강민국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를 보도한 것인데, 지난 5월 말 기준 코스피시장 시가총액 30위 이내 기업 중 10년 전 주가의 2배 이상 오른 기업은 단 9개뿐이었다는 내용이다.
정말로 그랬다. 코스닥 시장에서 옮겨왔거나 2011년 이후 상장한 5개 회사를 빼고는 25개 가운데 36%만 제대로 성장했다. 기사는 쓴다. "모두가 삼성전자 같지는 않았다"고. 2011년 5월말부터 현재까지 코스피 대형주에 투자해 10년 동안 100% 이상 수익률을 기록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실질적으로는 부동산 투자가 수익률이 더 높을 뿐더러 안정적이기까지 했다. KB국민은행 주택가격동향 지표를 보자. 지난달 전국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4억9468만원. 2011년 5월에는 2억5858만원이었으므로 1.9배 수준으로 뒤었다. 같은 기간 삼성전기는 1.8배, LG전자는 1.6배 수익률을 거뒀다. 부동산 투자 수준의 수익률을 기록하지 못한 것이다.
코스피 지수 역시 10년동안 겨우 1.5배 올랐을 뿐이다. 하나금융지주(1.2배), LG((1.2배) 등은 시장 평균 수익률도 좇아가지 못했다. 삼성생명, 현대차, 한국전력 등 7개는 10년 전보다 외려 주가가 낮아졌다.
물론 코스닥 시장의 덩치 작은 기업, 특히나 바이오주는 주가가 출렁이는 만큼 급등한 경우도 많았다. 그러나 워낙 위험 부담이 큰 데다 조금의 이슈라도 생기면 폭락하기 십상이니 장투하기 어렵고 해서도 안 되는 종목들이다.
처음으로 돌아가자. 장투하면 무조건 돈 번다는 생각을 거두자. 그래야 돈을 벌 수 있다. 더 깊이 고민하고 더 많이 고뇌하자. 끈질기게 노력해야 보상을 주는 것이 주식의 영역이다. 장투하면 무조건 벌겠지, 라며 두 손 놓고 있다가 어렵게 모은 종잣돈 날리는 경험을 하지 않으려면, 지금이라도 장투에 대한 편견을 내려놓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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