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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 대한 단상

새해부터 신혼집 살 돈 주식으로 다 날렸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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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투자 관련 카페나 종목 게시판에 이런 글이 수시로 올라온다. 가여운 일이다.

"신혼집 살 돈을 다 날렸습니다. 이제 살 수도 없고, 팔 수도 없게 돼버렸어요."

코로나19가 퍼진 재작년 급등장 이후 재미 좀 본 주린이 개미들은 거의 패닉이다.

한 번도 경험 못한 급락장에서 가사를 탕진해버리고 있기 때문.

거래량은 박살이 났다.

거래소 집계다.

1월 국내 증시(유가증권, 코스닥, 코넥스시장 합계)의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20조369억원으로 지난달 대비 5.2%, 1년 전 대비 52% 줄었다.

"살수도 팔수도 없다"고 호소하는 개미들이 늘고 있다.

이른바 '물렸기'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집중적으로 매수한 성장주가 크게 하락한 탓이다.

이달 들어 카카오, 크래프톤처럼 지난해 크게 오른 종목 중 하락률이 30~50%에 달한다.

개미들은 이런 종목을 집중적으로 사들였다.

1월 한 달간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은 카카오인데, 평균 매수가는 9만6956원이다.

그러나 이날 종가는 8만2600원으로 평균 매수가 대비 14.81% 빠졌다.

카카오뱅크는 어떤가.

개인 평균 매수가보다 11.3%, 크래프톤과 하이브는 각각 24.56%, 18.44% 떨어졌다.

하락장 경험이 부족할 수록 내면의 굳은살 없는 개미들은 부르르 떤다.

섣부르게 주가가 떨어진 종목 위주로 사들인 결과다.

저점에 다다랐다고 보고 매수에 들어갔지만 오히려 하락세는 더 급격해진 것.

어디 국내 증시만의 얘긴가. 미국장도 다를 게 없다.

"미국장 쳐다보다 늦잠 자서 출근에 늦었다"는 글이나 "주가창으로 시작하는 매일 아침이 우울하다", "모바일 트레이딩시스템(MTS)에서 눈을 떼지 못해 일처리가 늦어져 상사에게 한 소리 들었다" 같은 글이 넘쳐난다.

일부 언론에선 무슨 훈수라도 두듯 전문가 멘트를 인용해 이렇게 일갈한다.

"작년보다 주가가 싸졌다고 무조건 매수하는 전략은 피해야 한다."

이유는 구구절절하다.

"유동성 잔치가 끝나면 성장성만으로 높은 프리미엄을 받은 성장주의 할인은 불가피하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긴축 기조에다 단발성 악재까지 겹치면서 할인율이 50%를 넘겨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다." 는 등.

그런데 말이다. 이런 얘기는 새겨들을 건 없다. 그다지 돈 버는 데 도움이 안 된다.

그냥 기본으로 돌아가라. 실적 좋으면 된다. 실적이 뒷받침되는 종목이고 앞으로도 사업 영역의 확장과 더불어 매출이 꾸준히 증진될 것으로 보이는 기업이라면 매크로 변수에 의한 하락세는 기회다. 샀는데 더 떨어졌다고 울상일 필요가 전혀 없다는 소리. 더 떨어지면 "그렇지!" 하고 월급 나오면 더 사모으면 그만인 것이다.

그럼 왜 개미들이 그토록 울상인가? 힌트는 서두에 있다.

"신혼집 살 돈을 다 날렸습니다. 이제 살 수도 없고, 팔 수도 없게 돼버렸어요."

"신혼집 살 돈"을 왜 주식에 꼬라박는가.

당장 1년 내로 써야하는 돈이라면 주식에 묻어두는 게 아니다. 그냥 현찰로 갖고 있어야 한다. 그게 상식이다.

주식은 부동산 자산부터 마련하고, 1년 내 써야 할 수도 있는 현금(총 금융자산, 현금자산 합산 포트폴리오의 20% 정도라도)은 갖고 있는 채로 뛰어들어야 한다. 안전마진 없이 생계 자금마저 꼴아박으면 사달이 난다.

그럴 때라야 내가 충분히 공부해서 앞으로 계속 주워모을 수 있는 주식, 떨어지면 떨어지는 대로 줍줍할 수 있는 주식을 오르든 내리든 심적 동요 없이 계속해서 투자할 수 있게 된다.

당신도 그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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