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번에도 들을 사람만 들을 것이다. 믿을 사람만 믿게 될 것임은 물론이다. 지금 집값은 하락 국면이 아니고 더 강한 상승세로 가기 위한 신고가 랠리의 연장이라고 말이다.
서울 핵심지는 나홀로 폭증장세를 구가 중인데, 나홀로라 하기엔 준핵심지도 드문드문 신고가 랠리를 이어가고 있다. 신고가율 40%라는 수치는 지금 상황이 엄연한 '폭등장'임을 시사한다. 숫자는 거짓말하지 않는다.
보자. 서울 내 5분위 그러니까 상위 20%에 이어 이제는 4분위인 상위 20~40% 아파트 평균 가격도 대출금지선 15억원 돌파가 목전이다. 대출 규제, 금리 인상, 세 부담 강화 등 삼중사중 옥죄기에도 불구하고 서울은 강고하디 강고하다.
KB국민은행 월간 주택가격 동향은 부동산원 데이터보다 훨씬 신뢰가는 데이터인지라 시시때때로 참고해두면 좋을 터. 이걸 보면 지난 11월 서울 4분위 아파트값은 평균 14억5601만원이었다. 서울 상위 20~40% 아파트값 평균이 15억원을 넘보고 있는 것이다.
2.
그러고 보면 상승은 꾸준했다. 서울 4분위 평균 아파트값은 2019년 11월 10억2042만원이었다. 그러다 5개월 만에 11억원을 돌파했고, 지난해 10월 12억원대에서 13억원대에 도달했다. 고작 3개월 만에 말이다.
지난 8월에는 너끈히 14억원을 돌파하더니 지금도 꾸준히 상승 랠리를 이어간다. 2017년 5월, 그러니까 현 정부 들어선 초기에 6억9148만원이었던 걸 생각하면 엄청난 변화다.
그럼 5분위 아파트값은? 이미 지난 2018년 4월 평균 15억원을 넘겼다. 지난달엔 23억 6127만원으로 관련 통계가 집계된 2008년 12월 이후 최고치다. 15억 대출규제선이 5분위 아파트에는 아무런 효과가 없었던 것이고, 결국 현금부자들만 웃는 판이 됐다.
3.
주목할 것은 대출 규제 속에 중저가와 고가 단지 격차는 더더욱 벌어진다는 사실. 아파트를 골자로 한 계급화, 양극화가 한층 심화되는 것인데, 중저가 단지 실수요층이 대출 규제 사슬에 온 몸이 결박된 사이, 애초 대출을 신경쓰지 않던 고가 단지는 자체 자금조달이 가능한 현금부자들에 의해 간간히 거래되며, 그 간간히 거래되는 건마다 수억원 씩 뛰는 신고가 행진이 펼쳐진다.
황당무계한 것은 이런 가운데 정부가 최근 주택 시장의 안정화 흐름이 확고해졌다고 사기를 친다는 데 있다.
지난 8일 홍남기의 말이다. "부동산 사전청약, 2·4대책 예정지구 지정 등 주택공급 조치와 기준금리 인상, 가계부채 관리 강화 등으로 최근 주택시장의 안정화 흐름이 보다 확고해지는 양상입니다. 매매시장의 경우 서울은 일부 지역에서 아파트 가격이 하락 진입 직전 수준까지 안정되고 11월 실거래의 절반이 직전 거래 대비 보합·하락했습니다." 그저 실소만 나온다.
그러고 보면 현재 서울 12~15억원대 아파트는 '상대적으로' 눌려 있는 상태라고 봐도 좋을 것 같다. 드문 드문 오르지만 15억원대에서 멈춰버릴 수밖에 없는 형국이기에. 중저가는 한참 올라왔고 15억원대 이상 아파트는 규제선을 무시하고 튀어오른다. 이것을 누군가는 기회로 여길 것이고 누군가는 또한번 지나쳐버릴 것이다. 기회는 이렇듯 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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