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금 이 세계에는 하나의 '헛소리'가 떠돌고 있다. '하락론'이라는 헛소리가. 양치기들이 떠들어댄다. "서울 아파트 전세는 내놓는 집주인이 들어갈 세입자보다 많아졌다!"
사기 공갈의 진원지는 한국부동산원이다. 여기서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조사 결과를 내자 일제히 이런 말들이 난무했다. "아파트 시장 하락이 본격화됐다." "공급이 수요가 많아졌다." 망언은 이어진다. "집값은 원상복구될 것이다!"
이달 6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수급지수'가 99.1을 기록, 2019년 10월 이후 처음으로 100이하가 됐다면서 말이다. 부동산원은 어떤 곳인가. 정부 기관이다. 정부 입맛대로 미심쩍은 데이터를 마구 쏟아내는 곳이다. 한 마디로 "병신스럽다."
앞선 지수는 부동산원이 선정한 중개업소를 상대로 조사해 작성한다. 0~200 범위에서 100을 기준으로 공급이 많다는 답변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면 100 밑으로 떨어진다.
조사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수급지수는 2019년 10월 네번째주 100.3을 기록한 이후 110주 연속 100 이상 유지했지만 지난주 100 밑으로 떨어지면서 마침내 전세 공급이 수요 보다 많아지는 '역전현상'이 나타났다는 게 부동산원 조사 결과다. 한 마디로 전세 공급 > 수요여서 전셋값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것.
2.
그러나 정부 통제, 압박에서 상대적으로 벗어나 있는 민간 기관은 어떤가. KB국민은행이 똑같은 방식으로 조사한 걸 보자.
KB국민은행이 회원 중개업소를 통해 조사한 서울 아파트 전세수급지수는 이달 6일 기준 138.3다. 여전히 수요가 많다. 그것도 압도적으로 많다.
2019년 3월 두번째주 102.9를 기록하면서 100 위로 올라선 이후 156주 동안 내내 수요가 공급보다 많은 '수요우위'를 이어가고 있다.
경기도도 마찬가지다. 지난주 부동산원 전세수급지수는 99.8인데, KB국민은행 기준으로는 128.7이다.
수도권 전세수급지수는 부동산원 기준으론 100인데 KB국민은행 조사결과로는 135.8이다.
전국 전세수급지수는 부동산원에선 101.4로 나오지만 KB국민은행이 조사한 건 142.8이다.
KB국민은행이 작성한 지표로는 전 지역에서 전세 공급이 수요에 비해 한참 모자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3.
KB국민은행 조사는 대출 근거 등 국민들의 삶과 밀접한 시장 통계를 보여준다. 믿어야 할 것은 전자가 아니라 후자라는 소리다.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에서처럼 집권층이라는 돼지들은 제 입맛에 맞는 자료를 만들어 들이밀고 '시장이 안정됐다' '전셋값이 곧 떨어진다'고 떠들어대고 제 스스로 판단할 줄 모르는 무지한 자들은 그 말을 곧이 곧대로 믿는다. 그래서 더 가난해진다.
여러분은 KB국민은행 통계를 신뢰하길 바란다. 이 통계에 따르면 전세시장은 곧 크게 오를 수밖에 없다. 이미 그러고 있고 내년엔 역대급일 거라고 나 역시 여러번 강조해오고 있다.
아실에 따르면 일간 기준 13일 서울 아파트 전세매물은 3만964채로 전일(3만1502채) 보다 500여채 줄었다.이달 8일 3만1301채로 늘면서 3만1000채 이상까지 올라갔다가 지난 주말을 거치면서 다시 3만채대로 내려왔다. 경기도도 13일 3만257채로 전일(3만744채) 보다 500채 가까이 줄었다. 경기도 아파트 전세 매물 역시 일간 기준 3만채 전후를 기록한다.
말하자면 공급은 늘어나고 있지 않다. 이게 팩트다.
4.
전세 시장은 마비 상태다. 작년 7월 계약갱신청구권 등 임대차3법 통과 후 팔 다리가 잘려나갔다.
거래는 역대급으로 줄었고 이중가격이라는 기현상마저 나타난다. 부동산원 데이터를 참조는 하되 곧이 곧대로 신뢰해선 안 되는 이유이며, <레이달리오의 부자 연구소> 블로그를 비롯한 믿을 만한 곳들을 경유해서라도 생각의 궤도를 정리하길 바란다. 그래야 낭패보질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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