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부동산은 수급 논리에 절대적으로 좌우된다. 공급이 적으면 가격은 오른다. 수요가 늘어도 가격이 오른다. 수요가 오르고, 공급이 줄면 가격은 더 오른다.
너무 기초적인 이 경제 원리가 국내 부동산 시장만큼 잘 들어맞는 경우도 드물다. 그 어떤 규제가 가해지면 곧바로 규제의 역설이 빚어지는 것도 마찬가지.
노형욱 장관이 자폭성 발언을 한 적이 있다. 지난 9월 제2차 주택공급기관간담회에서 한 말이다.
"대규모 택지를 조성하려면 아무리 서둘러도 5~6년, 보통 10년이 훌쩍 넘는 공급의 시차 때문에 올해와 내년이 스트레스 구간으로 작용하는 것 같습니다. 그동안 발표한 대책의 입주가 2023년에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때문에 올해와 내년 스트레스 구간에서 어떻게 공급을 유도하는가가 현재의 고민입니다."
노 장관 말처럼 내년 서울 입주 물량은 올해보다 1만 가구 줄어든다. 내후년인 2023년에는 살짝 늘어나는 것 같지만 내년과 다를 게 없다. 역대 최저치가 매년 갱신된다.
노 장관은 2023년 입주를 예상했지만 그럴 거 같지는 않고 그럴 수도 없는 노릇이기에 현재로서 공급이 뚜렷하게 늘어날 요인이 없고 심지어 2024년 예상 입주물량은 9828가구로 1만 가구도 안 될 것으로 보인다. 집값 상승이 수년간 불가피하다고 말하는 이유다.
2.
게다가 올해 서울에서 계획한 대단지 분양이 대거 미뤄졌다. 3년 뒤인 2024년 입주물량은 사상 최저치가 될 것이란 애기.
내년 상반기도 대선과 지선 등으로 분양이 줄줄이 미뤄지는 터라 공급 가뭄은 2024년 이후로까지 미뤄질 거라고 볼 수 있다.
부동산R114 좀 볼까. 지난 9일 기준 올해 서울 아파트 입주 및 입주 예정 물량은 3만1835가구다. 내년 예상치는 2만520가구다. 1만1315가구가 줄어든다. 2023년에는 2만3265가구인데 이보다 소폭 늘어나는 거 같지만 최저치 수준임은 다를 게 없다.
그 전에는 어땠는가. 2019년엔 4만9032가구였고, 지난해엔 4만1505 가구였다. 4만대 가구 정도는 공급이 이뤄졌다. 이 정도 공급이 이뤄졌음에도 불구하고 정부 정책 규제의 부작용으로 집값 폭등이 연쇄 다발적으로 이어졌다.
당시엔 2016년 2017년 분양물량이 많았고, 입주는 통상 분양 이후 2~3년 뒤에 이뤄지므로 공급이 그런대로 원활하게 이뤄지는 편이었다. 2016년 2017년은 참고로 각각 3만6126가구, 4만1491가구 분양물량이 있었다.
3.
결국엔 기승전공급이다. 내년 물량이 폭발적으로 나오고 공공재개발, 신통기획 같은 공공 추진 공급들이 신속히 이뤄져야지만 향후 입주물량 증가로 시장은 다소간 안정화될 수 있을 진대, 그럴 기미가 지금 보인다고 여겨지는가? 아니기 때문에 상승세는 불가피한 것이다. 그리고 당장 내년이 문제다. 분양가상한제 폐지, 고분양가 책정 기준 등도 수반돼야만 재건축 등도 속속 속도를 낼 것이나, 이미 너무 지연의 길을 와버리고 말았다.
내년은 서울 비핵심지, 수도권 상승장마저 거세게 일어날 것으로 보이는데, 역대 최저 공급 속 강제로 눌려 있던 거래량이 내년 초부터 다시 재개될 분위기이기 때문이다. 지켜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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