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는 시대. 화폐가치가 나날이 추락하는 지금 시기에 '짠테크'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평범한 월급쟁이라면 절약을 하지 않는 이상 절대로 부자가 되기 힘들다. 절약을 해야 목돈이 쌓이고 그 목돈을 투자할 수 있다. 투자금도 없는 데 부를 논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1.
회사원 송모(29)씨는 얼마 전부터 매일 주머니에 100원짜리 동전을 넣고 다닌다. 그는 점심으로 8000원짜리 백반을 먹은 후 100원은 동전으로 내고 7900원만 카드로 결제한다. 이렇게 복잡하게 결제하는 이유는 5000원 이상 결제 시 1000원 미만 금액을 포인트로 적립해주는 신용카드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송씨는 "8000원짜리 밥을 먹고 900포인트를 받으면 11%를 할인받는 셈"이라고 했다. 이렇게 모은 포인트는 현금으로 바꿔 사용할 수 있다.
2.
대학생 권모(24)씨는 밥 먹기 전에 당근마켓(중고거래 앱)을 먼저 검색해보는 것이 습관이 됐다. 프랜차이즈 음식점의 기프티콘(모바일 상품권)을 10~30% 싸게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샐러드, 족발, 짜장면, 피자, 치킨 등 기프티콘 종류도 다양하다. 권씨는 "식당 메뉴판보다 중고장터에 올라온 기프티콘을 보고 메뉴를 고른다"며 "최근 5900원짜리 햄버거 세트를 5000원에 사서 900원을 아꼈다"고 했다.
3.
직장인 임모(33)씨는 요즘 셀프주유소가 보일 때마다 들러 5900원씩 기름을 넣는다. 1000원 미만 잔돈을 포인트로 받는 신용카드를 쓰고 있기 때문이다. 한 가맹점당 하루 한 번밖에 포인트 적립이 안 되기 때문에 주유소 여러 군데를 들르기도 한다. 임씨는 "내가 넣고 싶은 금액을 맞출 수 있고 소액을 넣어도 눈치가 덜 보여 가는 길에 셀프주유소가 있으면 꼭 들른다"며 "세 군데 주유소에서 각각 5900원씩 신용카드로 결제할 경우 1만7700원어치 기름 넣는 데 실제 들어간 돈은 1만5000원밖에 안 된다"라고 했다. 임씨가 쓰는 신한 더모아카드는 작년 11월 출시돼 6개월 만에 가입자 10만명을 넘겼다. 전월 실적 30만원 이상만 맞추면 월 적립 금액과 횟수에는 제한이 없다. 연회비는 1만5000원이다.
4.
강모(28)씨는 아파트 관리비를 내기 위해 '아파트아이'와 '쓱페이' 앱 두 개를 깔았다. 신세계 상품권을 구매해 간편 결제 플랫폼 쓱페이 금액을 충전한 뒤 아파트 관리비 납부 앱 아파트아이에서 쓱페이로 결제하면 관리비를 상품권으로 낼 수 있다고 한다. 이때 상품권을 중고 거래나 통신사 할인을 통해 싸게 사는 게 핵심이다. 강씨는 "번거로워도 고정 지출이라 모으면 할인 효과가 크다"며 "통신사 멤버십 할인으로 상품권을 3% 싸게 사 10만원당 3000원을 아낀다"고 했다.
짠테크는 짠내 나는 '잔돈 재테크'를 일컫는 신조어다. 경기 불황이 길어지고 세대별 자산 격차가 확대되면서 생겨나는 신풍경이랄가. 1~4 사례(조선일보 '100원 내고 900원 아꼈네, 잔돈 재테크'에 소개된 사례다)에서 보듯 주체는 밀레니얼 세대다.
짠테크 특징은 마치 놀이처럼 적은 돈이라도 절약하는 재미를 즐기는 모습. 신문에 따르면 이런 짠테크 풍토가 늘어날 거라고 한다. 코로나 사태로 일자리가 줄고 생계 불안에 시달리는 젊은층으로선 어쩔 수가 없다. 한 쪽이 가상화폐 투기로 일확천금을 노린다면, 한 쪽은 짠테크로 한 푼이라도 덜 쓰려고 하는 거다.
전자가 아닌 후자를 지향한다면 저는 이런 풍경, 나쁘지 않다. 이런 식으로라도 아끼겠다는 마인드가 부富를 일구는 것이므로. 물론 짠테크로 큰 돈을 모으진 못한다. 그러나 작은 돈을 귀히 여기는 마인드는 큰 돈을 대할 때의 자세에 적잖은 영향을 준다. <돈의 속성>을 쓴 김승호 저자도 비슷한 말을 했습니다.
"단언컨대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사람, 물건을 부주의하게 매번 잃어버리는 사람은, 작은 돈을 우습게 아는 사람, 저축을 하지 않는 사람, 투자에 대해 이해가 없는 사람은 절대 부자가 되지 못한다. 부는 그런 사람에게 우연히 들렀어도 순식간에 돌아서서 나온다. … 부(富)는 물건이라도 존중하는 사람에게 붙는다. 재물의 형태는 결국 물건이기 때문이다."(김승호)
짠테크 풍조는 일상이 될 것이다. 1000원, 2000원이 아쉬운 사람이 늘어나니까. 통계청의 '2020년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20대 가구주 절반(50.7%)은 연 소득이 3000만원 미만. 이들 연령대의 평균 연 소득은 3533만원, 저축액은 2428만원에 그쳤다. 반면 평균 부채는 3479만원이었다.
우리 청년들이 한 푼 두 푼 아끼며 인내하는 농부의 자세로 돈을 모았으면 한다. 그렇게 만난 돈은 주인을 절대로 배신하지 않으니까. 돈도 인격이 있어서 많고 적음을 떠나 자기를 소중히 대해주는 주인에게 보답을 한다. 부라는 부답을 말이다.
자, 김승호 저자의 멘트로 마무리하련다. 우리 모두 부자가 되자.
"좋은 주인을 만난 돈은 점점 더 여유 있고 풍요로워진다. 심사숙고해서 좋은 곳으로 보내주고, 조급하게 열매를 맺거나 아이를 낳으라고 닥달하거나 보채지 않는다. 돈은 더더욱 좋은 짝을 만나 많은 결실을 맺게 된다. 신기한 것은 시간이 많은 돈을 만들어낸 돈은 모두 다 같은 자식이라서 다시 또 시간이 많은 돈을 낳는다. 그렇다. 누구라도 시간 많은 돈을 거느릴 주인이 되지 못하면 결국 그 돈이 당신을 거느리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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