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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에 대한 단상

월세로 월급 1/3 쓰는 후배놈 보며 드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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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젊은 MZ세대 지인 한 명은 현재 서울에서 오피스텔 월세살이를 하고 있습니다. 괜찮은 대기업 다니는 대리입니다. 월급이 300만원 정도 돼요. 세후 기준으로. 그중에 90만원이 월세죠. 1/3 조금 안 되는 액수입니다. 한 번은 그가 그러더군요.

"형님, 원룸 자취는 학부 시절 충분히 했지 말입니다. 이제 더는 그렇게 못살지 말입니다. 6평 남짓 골방, 지겹습니다. 저, 충분히 존버했어요. 아시잖아요. 근데, 그렇다고 아파트는 또 어렵잖습니까. 이렇게 오피스텔서라도 살려는데 이 짓도 버겁습니다. 저 다시 골방 갑니까? 그러면 됩니까? 나가는 돈, 너무 많습니다. 어느 세월 모아 집 삽니까. 환장하겠다는 말이지 말입니다. 이제 곧 마흔인데. 여기 새치 보세요. 형님보다 많죠? 현타옵니다, 진짜."

아직도 내무반 말투를 쓰는 이 수다한 지인은 수중에 모은 돈이 적으니 사면초가라며 개탄합니다. 사방 팔박이 벽이래요. 언제 장가가고, 언제 내 집 사고, 언제 가정 꾸리냐면서. 그런다고 전세살이하자니 인플레이션 개념은 이해해서 그건 못하겠대요. 그 돈으로 더 얹어 집을 사려는데, 서울은 택도 없고요.

어느 한날 그가 취해서 그러더군요. 소주 한 잔 하는 자리였어요. "에이 X팔, 형. 나도 N포세대야. 나 다 포기했어. 장가? 때려쳐. 자식새끼? 필요없어. 내 한몸 건사도 힘들어. 차라리 강아지나 한 마리 키울란다." 이 놈은 취하면 막말 반말이 기본입니다.

그런 그가 안쓰러워 저는 대꾸했습니다. "반려견? 그것도 다 돈이야, 임마. 강아지가 너보다 병원비 더 나올 걸?"

현재 그는 경기도로 눈길을 돌렸습니다. 열심히 저가 아파트 매물을 찾고 있죠. 올 여름 전에 등기치라고 제가 이백만번 강조했거든요. '풀 레버리지'로 가능한 곳 몇 군데 찝어주면서요.

그러고 보면 이 녀석만의 얘기가 아닙니다. 서울의 주택 월세가격, 직장인 평균 월급의 3분의 1 수준은 기본이라죠. 보증금 평균값은 1억원 돌파를 앞두고 있고요. 서울 주택 임대차시장에서 월세 비중이 전세를 앞지를 만큼 늘어났습니다.

작년에 누차 강조했죠. 월세시대 보편화된다고. 너무나 빠르게. 그만큼 월셋값도 계속 오르고 있습니다. 눈앞의 현실입니다.

통계로 볼까요. 한국부동산원 데이터입니다. 서울의 평균 월세보증금은 지난 4월 기준 9911만원. 1억원에 육박하죠. 평균 월세가격은 97만5000원으로 100만원 선입니다.

직장인의 월 평균 소득이 309만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월급 3분의 1을 월세로 고스란히 쓰고 있어요.

살펴보는 김에 통계청 2월 자료도 봅시다. 2019년 근로자 월 평균 세전 소득은 얼마일까요. 309만원입니다. 세금 때면 그보다 적죠.

아파트 월세는 엄두도 못 냅니다. 경제관념이 있다면요. 지난달 서울 아파트의 평균 월세보증금은 1억2233만원. 평균 월세 가격은 113만 5000원이었습니다.

이게 다 어찌된 일이겠습니까. 정부 정책 때문이죠. 지난해 보유세 강화, 임대차보호법 시행 등으로 전세의 월세화가 가속화되잖습니까. 이거 심각한 겁니다.

전세를 월세나 반전세로 돌리는 것은 기본이죠. 월세 자체도 폭등에 폭등을 거듭할 거고요. 이제 시작이에요. 고삐 제대로 쥐십시오. 낙마합니다.

서울 주택의 월세 비중은 이미 전세 비중을 뛰어넘었습니다. 지난해 서울의 주택점유형태는 자가가 42.1%로 가장 많았다죠. 그 다음으로 월세 31.3%, 전세 26.2% 순. 서울시가 지난 4일 발표한 '2020 서울서베이 도시정책지표조사' 내용이라죠.

5년 전 조사 결과와 뚜렷이 비교되네요. 월세 비중은 26.0%에서 5.3%포인트 늘어난 반면 전세 비중은 32.9%에서 6.7%포인트 감소했으니.

서울은 세계 10위 안에 드는 슈퍼스타 도시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쿄, 홍콩, 뉴욕, 파리, 런던, 베를린 등에 비해 월세 부담이 적었죠. 우리나라에만 있던 전세제도 덕분입니다. 그랬던 그 소중한 제도가 현 정부에 의해 빠르게 소멸하고 있습니다.

전세제도가 사라졌을 때의 결과는 뻔한 겁니다. 선진국 주요 도시에서 이미 보편화된 현상이 나타납니다.

바로 수도와 비수도 사이 집값 양극화 심화, 수도 핵심지 집값 급등과 월세 폭등, 사회 전반의 자산 소득 양극화 등등.

정부가 정책을 엉망으로 하면 살림살이는 괴로워지기 마련입니다. 그 가운데 웃는 것은 극소수, 부자들 뿐입니다.

잔인한 시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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