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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단상

인플레 잡히겠으나 고금리는 오래 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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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은행 출신 금융 전문가이자 재테크 분야 작가로 맹활약하고 있는 오건영 선생의 오늘자 에세이. 이전부터 강조했듯 그는 인플레이션률 하락 기조는 이어질 것이나 그 속도는 둔화될 것이고, 강한 침체도 고용 앞에선 흔들릴 수 있으며, 연준의 고금리 기조는 생각보다 장기간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오늘 밤 10시 30분 지표 나오기 전, 반드시 읽어둬야 할 글. 그리고 내다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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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건영 에세이(20230214)

오늘 밤(22시 30분)에는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 발표가 예정되어 있죠. 각종 가중치가 바뀌었다는 점이 큰 변수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시장이 어느 정도 기대를 했는지, 그리고 그 기대에 어느 정도 충족이 되는지가 마켓에 영향을 미칠 수 있죠.

다만 저는 이번 발표될 1월 CPI부터 그런 현상이 나타날지 모르겠지만 시차를 두고 물가상승률의 안정 속도가 상당히 더뎌질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물론 역기조효과라는 것이 존재하기에 상반기 중에는 전년 대비 물가 상승률이 확연히 둔화될 것이라는 점에는 동의합니다만 그런 효과를 제거한 전월 대비 물가 상승률의 하락 속도는 늦춰질 것으로 그렇게 생각합니다.

수 차례 말씀을 드렸던 것과 같은데요… 홍길동이 100점 만점의 수능 시험을 본다고 해보죠. 1월에 수능 점수가 고작 20점입니다. 홍길동은 말하죠. SKY를 가겠다구요.. SKY를 가려면 100점 만점에 90점을 넘겨야 합니다. 다들 비관적이었지만 홍길동은 이렇게 선언하죠. 4당 5락이라 외치면서 하루에 4시간 자고 20시간 공부하겠다고 선언한 겁니다. 20시간 공부하고 4시간 잔다… 참 쉽지 않은 플랜인데요… 홍길동이 앉은 자리에 풀도 안나는 친구였나 봅니다. 실제 그렇게 했더니 7월 정도 되니까 모의고사 점수가 70점까지 올라온 겁니다. 홍길동은 말하죠. 5개월 간 50점을 올렸다구요… 매월 10점씩… 그럼 11월이 시험이니까 앞으로 남은 4개월.. 매월 10점씩 올리면 수능 점수가 100점 만점에 110점이 됩니다. 하버드를 가야 하나요?^^;;; 그러면서 얘기하죠. 이제 게임은 끝났다구요.. 그러면서 이제 20시간 공부 & 4시간 취침을 바꾸어서 4시간 공부 & 20시간 취침으로 바꾸겠다고 선언하죠. 여기서 질문 들어갑니다. 홍길동은 SKY를 갈 수 있을까요?

두가지 시사점이 있죠. 하나는 9.1%에서 6.5%로 물가상승률이 늦춰진 지금의 현상입니다. 불과 6개월 만에 거의 2.6%가 둔화되었죠. 그럼 올해 6월이면 2.6%가 추가로 둔화되면서 3.9%.. 연말이면 3.9%에서 2.6%를 빼니까.. 1.3%구요.. 내년에는 마이너스 물가.. 디플레이션으로 돌입하게 될 겁니다. 그럼 연말에는 금리를 인하해야 하는 것 아닐까요.. 혹시 토익이나 토플 시험을 보신 적이 있으실까요. 토익도 600~700점까지는 그리 어렵지 않게 올리는데.. 그 이후부터는 올리는 게 상당히 빡빡해지곤 합니다. 그리고 800에서 900… 900에서 950으로 올리는데 상당한 고생을 하곤 하죠. 인플레이션도 쉽게 빠지는 넘들이 싸악 빠지고 나면 이제 진성의 끈적끈적한 넘들만 남아서 쉽게 빠지지 않는 현상이 이어질 수 있죠. 그런 사람도 봤습니다. 토익 점수가 마의 900벽을 넘지 못하고 계속 횡보하는 사람들을요..(그 분은 어학 연수 다녀와서 넘겼던 기억이 있네요..ㅎㅎ)

다른 하나의 시사점은 20시간 공부와 4시간 취침이 20시간 취침과 4시간 공부로 바뀌었다는 겁니다. 지금의 페이스를 이어가야 90점으로 밀어올릴텐데… 이 페이스에서 벗어나겠다는 얘기가 되는 거죠. 어쩌면 지금의 연준도 비슷할 수 있습니다. 달러 당 1450원 수준의 강달러와 10년 금리 기준으로 4.5%의 고금리로 때렸을 때 인플레이션이 휘청거리면서 9.1%에서 6.5%로 쪼그라들었죠. 그런데.. 지금은 같은 강도가 아니라 1230원의 약달러와 3.3%의 저금리로 때리고 있는 겁니다. 6.5%에서 같은 속도로 낮춰질까요? 20시간 공부하다 4시간 공부하면 그 효과가 그대로 이어질 수 있을까요.. 아마도 기대난망일 수 있습니다.

국제 유가 역시 비슷하죠. 배럴 당 140불에 육박했던 국제 유가는 빠른 속도로 내려오면서 배럴 당 70불 수준으로 낮아진 후 현재는 80불 언저리에서 횡보하고 있습니다. 이에 미국의 개솔린 가격이 크게는 아니지만 소폭 상승하기 시작했죠. 자산 가격의 상승으로 소비력이 증가하면서 제품의 소비도 늘어나고 있고 중고차 가격 역시 바닥을 잡는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주택 가격의 하락이 임대료 관련 인플레이션을 주저앉힐 것이라 기대했는데요… 만약 모기지 금리가 하락하면서 주택 가격이 반등한다면 임대료 인플레이션이 계속해서 주저앉게 될까요.. 9.1%에서 6.5%로 내려오는 인플레이션이 다시금 솟아오르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내려오는 속도가 기존보다 낮아질 개연성을 높이는 얘기들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고용이 태클이 될 수 있죠. 미국 고용 시장이 상당히 뜨겁습니다. 잠시 기사를 보시죠.

“미국에서 화이트 칼러 근로자들을 대폭 줄이고 있는 반면 블루 칼러 노동자들은 최대한 붙잡고 있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근년의 불경기때에는 블루 칼러 노동자들부터 대량 해고했던 상황과는 정반대의 현상을 보이고 있다.(중략)

반면에 블루 칼러 노동자들을 고용하고 있는 제조업, 건축업, 소매업, 레저호텔식당 등 서비스업계에서는 해고를 대폭 줄였고 오히려 기존직원 붙잡기에 주력하는 분위기였다. 9월부터 11월까지 석달간 레저호텔식당업종에서는 직원 해고를 전년보다 1.7% 줄였다. 소매업종에서도 감원을 전년에 비해 4%를 줄였다.(중략)

미국 업계의 고용주들이 역대 불경기 때와는 정반대의 고용과 감원 경향을 보이고 있는 이유는 팬더믹에 따른 경험에 바탕을 두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블루 칼러 직원들을 최대한 붙잡으려는 레저 호텔 식당 업종과 소매 업종 등 서비스 업계에서는 팬더믹 초기 대거 일시 해고했다가 이들을 복귀시키는데 애를 먹었고 숙련 인력을 구하는 데에는 지금도 구인난을 겪고 있기 때문으로 월스트리트 저널은 해석했다.”(라디오코리아, 23. 1. 16)

이 기사의 핵심은 마지막 문단에 있다고 봅니다. 경기 침체 우려가 강함에도 왜 고용이 유지되고 있는가에 대한 답을 해주고 있죠. 워낙에 사람을 구하기 어려웠던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죠. 참 신기한 것이 무언가 구하기 어려우면 더욱 수요가 늘어나곤 한다는 겁니다. 마스크를 구하기 어려우니 마스크 수요가 더욱 늘어나게 되죠. 앞으로 구할 수 없으니 더 쟁여두려고 3시간씩 줄을 서게 됩니다. 반도체를 구하기 어려우니 더 많은 반도체를 쟁여두고 싶어합니다. 그럼 반도체 기업들이 미친 듯이 생산을 해도 워낙에 수요가 강하기 때문에 답이 나오지 않습니다. 실수요도 있겠지만 반도체 구하기 어렵다는 생각에 가수요가 폭발한 바도 강했던 거겠죠.

막상 반도체 시장이 위축되고… 마스크 문제도 풀리면 정말 마법처럼 그런 가수요는 사라져갑니다. 그리고 마스크와 반도체도 재고로 남게 되죠. 단기적으로는 고용이 매우 강할 수 있습니다만… 이게 침체와 맞물리게 된다면 어쩌면 현재 그렇게 탄탄하던 고용 시장에 강한 반전이 찾아올 수도 있겠죠. 마치 2020년의 마스크, 2021년의 반도체, 그리고 2022년의 달러와 비슷한 모습으로요..

오늘 내용 정리합니다. 인플레이션이 고점을 찍었는가… 맞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내려오는 속도가 향후에 점차적으로 느려지리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는 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과 고금리 장기 농성전을 지지할 것으로 봅니다. 마지막으로 고용 얘기를 해드렸는데요… 이렇게 강한 고용도 침체 앞에서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생각을 적어봤습니다. 올해의 변수 중 하나라고 보는데요.. 이 얘기는 향후에 추가로 이어가보겠습니다. 금일 에세이 줄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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