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블루. 치솟는 집값과 남과의 비교 때문에 생긴 우울감. 이제는 집을 가졌든 못 가졌든 이 우울감에 시달리는 사람이 적지 않다.
물론 정도의 차이는 있을 것이다. 서울 핵심지에 집을 가진 사람은 치솟는 세금 폭탄에 허리가 휘지만 어떻게든 존버하면 볕을 날이 있다. 언젠가 이 비정상적인 세제는 완화될 것이고, 그사이 집값도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비핵심지 아파트 한 채를 갖고 있는 경우. 핵심지에서 치솟는 집값을 보며 속이 크게 쓰리는 것은 어찌할 수 없는 노릇이다. 집 가진 자들 사이에서도 양극화는 현격해지고 있는 것이다.
더더욱 문제는 집 없는 자들일 텐데, 그들은 무주택 주거난민이 되어 서울 외곽으로, 수도권 외곽으로 자꾸만 내밀리고 만다. 물론 그 현실엔 본인의 오판도 크게 작용했을 터. 세상이 엄혹할 수록 정신 바짝 차려야지만 벼락거지가 되지 않는다.
한국경제에서 소개한 사례 좀 짚고 가자.
1.
결혼 6년차를 맞은 한모 씨(37)와 강모 씨(34·여) 부부는 최근 들어 자주 다툰다. 갈등의 이유는 '집'이다. 4년 전인 2017년 아내가 아파트를 사자고 했지만 남편이 "집값 조정이 우려된다"며 전세를 고집했다. 아내 강 씨는 "그때 눈여겨봤던 집이 4년 새 6억원 넘게 올랐다"며 "전셋집 집주인은 올해 말 집을 비워달라고 하는데 매매는 커녕 전세값도 많이 올라 이사갈 곳을 구할 수 있을지 불안하다. 과거 매매를 반대하던 남편이 원망스럽다"며 토로했다.
이런 가구는 차고 넘친다. 문재인 정부 집권 5년은 부동산의, 부동산에 의한 부부간 반목을 최고치로 끌어올린 시기로 기록될 것이다.
2.
지방에서 회사를 다니는 윤정민 씨(33·가명)는 "지방근무를 후회한다"고 털어놨다. 윤씨는 지방으로 이전을 한 공기업에 3년 전 취업해 직장 인근에 집을 샀다. 비슷한 시기 서울의 중소기업에 들어간 친구도 외곽지역에서 매매를 했다. 당시 친구는 윤씨의 직장이 연봉이 높다며 부러워했지만 3년 만에 상황이 반전됐다.
서울에서 거주하는 친구의 집값은 그새 4억원 넘게 올랐다. 하지만 윤씨의 집은 2000만~3000만원 오르는 데 그쳤다. 윤씨는 "열심히 근로 소득을 모아도 앞으로 친구의 자산 증식 속도를 절대 따라 잡을 수 없을 것"이라며 "지방에 집을 산 죄로 '벼락거지'가 됐다. 어느 집에 집을 샀느냐에 따라 이렇게 격차가 벌어질 수 있느냐"고 우울해 했다.
번듯한 공기업에 들어간들 서울 아파트 한 채 없인 아무런 부러움을 살 수 없는 시대. 그냥저냥 대충 살았는데 서울에 집 한 채 있다는 이유로 자산가가 되는 사람이 많고도 너무 많다. 그런 사람들을 보며 박탈감을 느끼는 사람이 한 둘이 아닐 것이다.
3.
직장인 이모 씨(36)는 "최근 정부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까지 강화하면서 은행에 가보니 40%에 불과한 주택담보대출비율(LTV) 만큼 대출이 나오지도 않더라"며 "지금은 자금이 없는 자들은 어떤 방법을 이용해도 주거할 집을 마련하기도 힘들다"고 호소했다.
문재인 정부처럼 레버리지를 강력하게 제한하는 나라는 없을 것이다. 현금흐름이 충분하고 안정적이면 집값의 90% 이상이라도 레버리지를 쓸수 있게 해줘야 한다. 그게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상식이고 기초다. 내가 내 집을 갖게 되었을 때 국민은 그 자산에 대한 세금을 국가에 납부하며 공동체에 더 많이 기여하게 된다. 그리고 내 자산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더더욱 열심히 살아가게 된다. 사회의 기초 체력 자체가 건강해진다는 소리다. 그러나 이 정부는 서민아파트 기준가가 돼버린 9억원 이상 주택은 집값의 40%만 대출해주는 미친 규제를 자행하고 있다. 그러면서 신혼부부와 직장 초년생을 위한 특별공급 등 청약기회 확대 등 20~30대의 내 집 마련을 돕겠다고 떠드는데, 실상은 혜택을 볼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다. 정부 지원을 받는 소득기준에 막혀 맞벌이 부부는 받을 수 있는 혜택이 제한되기 때문이다. 예컨대 특별공급의 소득 기준(2021년 민영주택 맞벌이 기준 세전 월 889만원)이 있어, 대기업 맞벌이 직장인의 상당수가 해당하지 않는다. 어차구니 없는 일이다.
4.
서울 마포의 '래미안웰스트림' 아파트에서 입주 때부터 살고 있는 홍모 씨(42)는 "8년 전 분양이 안돼 할인분양을 하던 이 아파트를 살 당시 주변에선 '집 값이 내릴 수도 있는데 그걸 왜 사냐'며 어리석은 사람으로 치부하더니 이젠 시기 어린 시선을 보낸다"고 하소연했다. 가끔 보유세가 높다며 걱정이라도 하면 "집값이 많이 올라 큰 이익을 봤으니 세금 더 많이 내는 것은 당연하지 않으냐"는 핀잔을 듣기 십상이다.
홍씨는 "미분양 상황에서 가격 상승은 기대도 하지 않고 주거할 집은 하나 가지고 있자는 생각에 산 집인데 마치 투기꾼 취급을 받고 있다"며 "집값이 올랐다 해도 팔지 않는 이상 돌아오는 것은 없지 않냐"고 반문했다.
서울 핵심지·준핵심지에 자가 아파트를 갖고 있는 가구는 요새 가장 시기받는 존재다. 그저 남들보다 좀 더 열심히 살고 돈 모아서 미래에 대처했을 뿐인데, 적폐로 매도당한다. 억울하지 않겠는가. 그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존버해야 할 것이다. 결국에 웃는 자들은 이들이다.
'부동산 단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서울의 모든 구에서 25평이 9억원을 넘겼다 (3) | 2021.08.19 |
---|---|
중국 졸부들 때문에 집값은 더 올라갈 겁니다 (2) | 2021.08.18 |
늘 이맘때면 하락론자들이 역병처럼 들끓었지요 (5) | 2021.08.15 |
이제 더는 빌라를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5) | 2021.08.13 |
전세시장 다중가격의 끝은 이렇게 될 것이다 (3) | 2021.08.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