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 유튜버 프리지아(본명 송지아) 논란이 뜨거웠던 것은 '명품'과 '짝퉁'에 대한 대중의 열망이 얼마나 컸던지를 가늠케 하죠.
송지아는 대중의 잔인한 물어뜯기로 나락으로 간 듯하지만(아마 ,시간이 좀 지나 다시 복귀할 겁니다. 늘 그랬죠. 유튜버 <쯔양>부터…….), 송지아 자신이 '트리거'(방아쇠)가 되어 명품, 짝퉁 '붐'에 기름을 부었습니다.
최근 온라인 명품 커뮤니티 좀 들어가보세요. 이런 글들을 쉽게 보게 됩니다.
예컨대, "뷰티 유튜버 프리지아(본명 송지아)도 명품 짝퉁을 많이 사용했던데 지금껏 전혀 몰랐네요. 가품 한 번 사볼까요?" "요즘 매장에서 정품 사기가 하늘의 별 따기잖아요. 진품과 가품을 섞어 들면 티가 안 나지 않을까요?"
특히 넷플릭스 짝짓기 프로그램 '솔로지옥'에 출연한 송지아가 입고 나와 화제를 모은 옷과 액세서리가 관심의 중심에 섰습니다. 명품 '짝퉁'으로 알려지자 가품에 대한 관심이 오히려 커지는 분위기랄까요. 내 이럴 줄 알았다니까요.
관세청의 국정감사 자료 좀 살펴봤습니다.
관세청 집계에 따르면 2017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4년여간 해외 브랜드 모조품 적발 건수는 1866건에 달한다네요.
정품 시가 기준으로 4000억원에 이르는 규모입니다. 이런 명품 제조, 유통 자체가 지하 경제를 이루는 터고 이를 맡는 주체들은 상당수 범죄에 연루돼 있을 거라고 추정이 됩니다. 명품 짝퉁을 사는 행위는 윤리적으로 좋게 볼 여지가 전혀 없는 것이죠.
아무튼 명품 짝퉁 소비는 지난해(2021년) 기준 2년 전(2019년)보다 150% 늘었습니다. 명품 선호현상이 가품 수요도 부추기고 있는 셈이죠.
그도 그럴 것이 단순 구매자는 처벌받지 않아요. 규정이 없거든요. 상표법 때문에 가품 판매자는 적발 시 처벌을 받지만요(솜방망이 처벌에 불과합니다, 그러니 기승을 부리죠.).
송지아의 경우는 어땠습니까. 옷, 가방, 목걸이 등 드러난 짝퉁만 수십개에 달했죠. 그가 '솔로지옥'에서 입고 나온 분홍색 디올 상의는 얼마짜리였나요. 인터넷 쇼핑몰에서 파는 1만6000원짜리였어요. 물려받았다던 샤넬 티셔츠도 짝퉁으로 드러났고요.
주목할 것은 명품을 좋아하는 계층이 가품도 그만큼 좋아한단 거예요. 명품을 60% 정도 갖고 가품을 40% 정도 가지는 식이랄까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에르메스나 샤넬 같은 경우는 진품을 사려면 장사진을 이루며 새벽녘부터 몇 시간씩 꼬박 줄을 서야 하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중노동이죠.
특히 여성 명품계 최강자 에르메스의 경우 아무리 줄을 서도 구매 실적이 별로 없으면 아예 보여주지도 않기로 유명하죠. 그 유명한 에르메스 버킨이나 켈리 등의 가방들은 가품을 쓰는 여성들이 꽤 많습니다.
블랙, 베이지 등 기본 색상이 아니라서 쉽게 질릴 수 있는 백들도 정품보단 20만~30만원짜리 가품을 사서 한 철 들고 버리는 식이랄까요.
이게 재밌는 것은 진품을 많이 들고 다니면 가품을 들고 다녀도 주변에선 진짜 명품으로 안다는 겁니다.
그러니 매정 문을 열기 전부터 대기하다 질주하는 '오픈런'에 실패하다 지치면 가품으로 만족하는 겁니다. 리셀러한테 프리미엄(웃돈)을 주고 사자니 사기당할까봐 걱정도 될 테고요.
이게 가방만의 일이 아닙니다. 주얼리 시장은 더 심해요. 서울 종로나 강남 일대 귀금속점 일대로 암암리에 까르띠에, 반클리프 아펠 같은 주얼리 짝퉁이 유통되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나돕니다.
그러고 보니 송지아도 반클리프 아펠 목거리가 가품으로 드러나 논란이 확산됐었죠.
게다가 신혼부부들 사이에선 명품 매장에서 디자인을 보고 주얼리거리로 가 진품의 30~40% 가격 짝퉁을 사는 게 팁이라고 공공연히 얘기될 정도랍니다.
그러다 보니 짝퉁 가격도 명품 못잖게 올라가는 기현상이 빚어집니다.
샤넬이나 루이비통 같은 S급 짝퉁 가방(명품 브랜드 매장 직원조차 육안으로 구분하기 힘들 만큼 정교한 가품)은 100만원 넘게 줘야 살 수 있다고 하죠.
에르메스 버킨백 S급 짝퉁은 1000만원을 웃돈다고 하고요. 이제는 업자들이 시리얼 넘버와 보증서까지 그대로 베낀다니, 진품과 가품의 경계가 무너지는 기이한 세상이 펼쳐지는 판국입니다.
프랑스 철학자 장 보드리아르의 '시뮬라크르' '시뮬라시옹' 개념이 명품, 가품 시장에도 적용되는 형국이랄까요.
사회학적으로 연구 대상인 것은 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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