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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에 대한 단상

엄마 빚 다 갚고 실거주 빌라 사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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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내게 큰 감동을 주었던 사진 몇 장은 우크라이나 병사들이 조국에 남기로 한 이유를 밝힌 영상의 일부(포스팅해놨다)였고, 활자는 LG화학 직원이라는 한 젊은이가 블라인드앱에 올린 '엄마 집 다 갚았다. 이제 빚 없다'는 글이다.

나는 진정한 플렉스란 이런 것을 말한다고 강변하는데, 그도 그럴 것이 사랑하는 엄마를 낡고 비좁은 임대아파트에 홀로 살게 하기 싫어 동생들과 열심히 돈 모아 기존 빚을 갚고 실거주 빌라를 사드렸다는 데서 자랑할 가치가 차고도 넘치는 스토리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이런 거야말로 박수 받아 마땅한, 마음껏 자랑해야 하는 성취일 것이다.

읽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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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집 빚 다 갚았다. 이제 빚 없다.

LG화학 · i*********

형들 안녕

어쩌면 길어질 수도 있는 글인데 너무 기쁜 날이라 한번 적어볼게.

나는 초등학교때 아버지가 돌아가셨고

당시 전업주부 였던 엄마는 하루아침에 초등학생 자녀 3명의 가장이 되었어.

이것 저것 사업을 알아보던 아빠는 걸쳐놓은 것이 많았고

급성 간염으로 돌아가시면서 정리되지 않은 것들 정리하고 하느라

아빠가 남겨준 재산은 거의 없었어.

아빠가 돌아가시고 집은 반지하로 이사를 했고

나는 고학년이었는데 철이 없었던 건지 세상물정을 몰랐던 건지

그런 집은 처음 봤고 어린 마음에 충격을 좀 받아서

엄마한테 우리 이제 이 집에서 살아야하냐고 싫다고 울고 불고 엄청 투정 부린 걸로 기억해.

엄마는 얼마나 속상했을까 지금 생각해도 너무 부끄럽다.

그렇게 엄마는 우리셋을 키우기 위해 밤낮 없이 일을 하셨고

그 반지하에서 2년 정도 살다가

기초생활 수급자로 등록되고 얼마 안 지나서 임대아파트가 돼서

우리 가족은 13평짜리 임대아파트로 이사를 했어.

13평 짜리 임대아파트(실평수 7평...)는 정말 좁았지만

반지하가 아님에 감사하며 잘 살았던거 같아.

반지하 살 때는 비가 많이 와서 싱크대 물이 역류한 적도 있었고

누가 우리집을 들여다 본 적도 종종 있었거든

아무튼 그 집에서 나랑 동생들은 대학교까지 무사히 졸업을 했고 돈을 벌기 시작했어

그러면서 고정 급여가 생겼고 임대아파트 거주 조건보다

총 가구 수입이 높아지면서 우리는 선택을 해야했어.

임대아파트를 누가, 어떻게 떠날지에 대해서.

블라인드에 임대아파트 살았던 형들 있으려나?

내가 살던 아파트는 영구임대아파트라서

사실상 나랑 동생들이 나가면 (전세던,월세던) 엄마는 평생 죽을때까지 거기서 혼자 살 수 있어

그래서 종종 보면 자식들만 나가고 부모님은 그 집에서 계속 쭉 사는 집들이 많더라고

우리 옆옆집 아줌마도 우리집과 비슷한 상황으로 임대아파트 들어왔고 자식도 엄마랑 똑같이 3명.

그런데 자식들만 나가고 아줌마는 계속 거기서 살더라고

물론 각자의 상황들이 있겠지만 나는 이 좁은 집에 엄마를 계속 살게 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컸던거 같아

그래서 결정을 했어

1) 엄마 명의의 집을 산다.

2) 빚은 결혼 하기 전까지 다 갚는다.

다행히 동생들도 안정적인 직장에 취업이 잘됐고

내 생각을 존중해줘서 우리는 엄마 명의로 서울 외곽에 빌라를 샀어

아파트를 사주고 싶었지만 우리가 가진 돈도 너무 없었고

우리 목표는 결혼전에 빚을 털고 가는 거였기 때문에

너무 많은 빚을 낼 수는 없었거든

빚은 총 2억 정도 였고, 그 빚 셋이 똑같이 매 월 상환해서

나의 예상보다는 길어졌지만 그래도! 드디어! 다 갚았어

우리엄마 명의의 융자 없는 집이야.

아직도 등기권리증 받던 날의 엄마를 잊을 수가 없다.

자식들이 집사준 사람은 나밖에 없다며

잘 키운 자식 덕본다며 기뻐하던 엄마의 얼굴이 잊혀지지 않아.

착실하게 나를 잘 따라와준 동생들도 고맙고

우리를 버리지 않고 키워준 엄마도 너무 고맙고

이제 앞으로 돈 모으면서 꽃길만 걸어야지

읽어줘서 고마워

다들 행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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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청년의 이야기가 재테커들에게 소중한 영감과 동기 부여의 원천수가 되길 바란다. 이런 청년의 마음가짐으로 하루하루를 나는 사람이라면 인생은 어떻게든 우상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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