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 주를 돌이켜보면 가장 중요했던 이슈는 국내 부동산 이야기보다 매크로 이야기였다.
어떤 매크로 이야기인가. 제롬 파월과 크리스틴 리가르드 등 주요국 중앙은행 수장들의 대담 얘기다.
미국과 유럽연합 수장들은 최근 연례정책포럼에서 '고물가 시대가 이제는 디폴트값이 될 거'라는데 의견 일치를 보이면서 의미심장한 말들을 나눴다.
이를 테면 "세계경제가 앞으로 코로나19 사태 이전의 저물가 시대로 다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는 리가르드 유럽중앙은행 총재의 말은 아주 중요하다.
11년 만에 기준금리 인상을 앞둔 유럽중앙은행은 오는 9월에도 추가 인상 가능성을 이미 열어놨다.
어떤 발언들이 오갔는지 보자.
[크리스틴 라가르드/유럽중앙은행 총재 : "저물가 시대로 다시 돌아갈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지금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거대한 지정학적 충격과 코로나19 사태는 우리의 경제 환경을 바꿀 것입니다."]
이에 대한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의 말은 좀 충격적이다. 전 세계 통화정책에 영향을 주는 연준의 수장이 "이제서야 인플레이션을 이해했다"는 말을 던진 것도 아니라 그 반대의 말을 던진 것이다.
[제롬 파월/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 : " 우리가 인플레이션에 대해 얼마나 이해를 못하고 있었는지 이제서야 알게 됐습니다."]
파월은 급격한 미국의 금리인상으로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것을 시인, 이에 맞서려면 경기 침체 위험마저 감내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는 매우 중요한 멘트다.
[제롬 파월/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 : "저는 (경기 후퇴가) 경제에 가장 큰 위험이라는 것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더 큰 위험은 물가 안정성 회복에 실패하는 것입니다."]
연준은 다음달 역시 0.5%p 이상의 인상을 예고해둔 상태다. 이 때문에 올 들어 전 세계 80여개 나라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했고 인상을 예정에 두고 있는데, 실질적으로 저금리 시대는 끝났다고 봐야 한다.
그리고 기억하자.
예전 포스팅에서 강조한 바, 요새 한창 인플레이션 시대 얘기가 나오는데 사실 인플레이션 시대가 열린 것은 반백년 전부터였다.
1970년 미국의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금태환제를 제멋대로 풀어버림으로써 미국의 달러는 고삐풀린 말처럼 살포되었고, 전 세계는 이내 50여년간 '통화중독' 상태에 빠져버리고 말았다.
이로 인해 화폐가치의 하락을 뜻하는 인플레이션은 계속해서 진행되었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라.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사상 최대의 통화 살포가 이뤄졌고 지금 다시금 그것을 회수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했지만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유동성 폭발 이전에도 매 국면마다 달러는 헬리콥터처럼 살포되었다(2008년 금융위기 이후 벤 버냉키의 비전통적 통화정책을 기억하는 사람은 다 기억할 것이다.). 그게 코로나19 팬데믹을 기점으로 최정점을 찍었던 것이다.
이제 고물가는 리가르드의 말마따나 디폴트값이 됐다는 것은 인정하고 '고물가=뉴노멀'임을 받아들여야 투자자로서 올바르게 대응할 수 있다. 연준의 목표 물가가 2%가 된 상황에서 이 2%는 향후 다시 금리를 내릴 지 여부를 가늠하는 기준점이 될 확률이 높으며, 복리의 마법은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화폐가치의 하락에도 그대로 적용되므로 앞으로 투자자들은 이 확정된 미래에 베팅해야지만 귀중한 자산을 지키고 부를 일굴 수 있을 것이다.
하나 덧붙이자면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 장기화하고 있는데 이로 인해 식품과 에너지 가격은 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잡히기가 어려울 것이다. 이 전쟁이 장기화하는 한, 더더욱.
PS.
고물가가 뉴노멀인 상황에서 실물자산을 갖고 있냐 아니냐가 엄청나게 중요해진다는 사실을 외면했다간 정말로 급격하게 벼락거지가 될 것이다. 앞으로 세상이 더더욱 암담해질 거라는 사실은 불편하지만 받아들여야 하는 진실이다.
부동산이니 주식이니 코인이니 어쨌든 한동안 내린다, 며 하락, 폭락을 뽐부질 하는 자들이야말로 가장 가난해지기 쉬운 내면의 상태를 가진 자들이라는 사실도 함께 기억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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