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현재 부동산 관련 커뮤니티마다 분노가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그렇다. 종부세 때문이다.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종부세액 고지서를 받고 열이 받칠 대로 받친 것. 말 그대로 피꺼솟(피가 거꾸로 솟는다)이다.
22일부터 고지서 발송인데 왜 벌써부터냐고? 19일부터 미리 볼 수 있다. 이날부터 법인과 일부 개인들은 홈택스와 은행 등으로 온라인 조회가 가능하다. 커뮤니티에 소개된 분통글을 몇 개 추리면 이러하다.
경기도 안양시에 거주하는 40대 가장을 보자. 그는 20일 국세청 홈택스에서 올해 종합부동산세를 조회했는데 작년 23만 5,000원가량이었던 종부세액이 올해 230만 원으로 10배가량 뛰었다고 한다. 현재 거주 중인 안양시 A 아파트 외에 광명시에 B 주택을 보유한 상태로, 두 채의 공시가격을 더한 금액이 25% 증가했다. 결과적으로 종부세가 900% 가까이 뛰어버린 것임.
2.
수천만원 종부세 고지서를 보는 것도 쉬워진 세상이다. 한 일시적 2주택자는 한 채는 매도 계약을 해서 다음달 명의 이전 예정이라고 한다. 그러나 일시적 2주택자에게도 막대한 종부세 폭격이 이어졌고, 총 3850만원에 달하는 세금을 내야 한다고. 올해 6개월 할부로 결제한 재산세를 다 내기도 전 대기업 세후 연봉에 버금가는 폭탄을 맞아버렸으니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리라.
심지어 종부세 내기 위해 대출까지 받아야 하는 세상이다. 세금 내려고 빚 져야 하는 세상이라는 말이다. 이게 정상이라고 생각하나. 이번 정부는 미쳐도 한참 미쳤다.
파국은 이미 작년 7월 10일부터 예고된 일이었다. 종부세 세율 인상 조치에 따라 3주택자와 조정대상지역 2주택자에 적용되는 종부세율이 기존 0.6∼3.2%에서 올해 1.2∼6.0%로 폭증했다. 2주택 이하 소유시에도 기존 0.5~2.7%에서 0.6~3%로 인상던 데다 종부세 과세 표준을 위한 공정시장가액비율도 90%에서 95%로 상향했다. 그냥 대놓고 사유재산을 갈취하겠다는 것이다.
여기가 전체주의 국가인가.
3.
정부도 눈치가 보이니 세액 급증을 막겠다며 세 부담 상한선을 300%로 뒀지만 아무런 실효가 없었다. 종부세는 예고대로 폭증해버렸다. 이는 기존에 재산세보다 종부세를 적게 낸 납세자의 경우 종부세가 몇 배로 오르더라도 전체 새액 증가분이 기존 세액의 300%를 안 넘으면 그대로 부과돼버렸던 탓이다.
우려되는 것은 이 고통이 고가 주택 보유자, 다주택자에게만 부과되는 게 절대로 아니라는 사실이다. 폭압적 조세는 전가되고 귀착된다. 경제학 원론에 나오는 '조세의 전가와 귀착'이 벌어진다. 실제로 이러한 가렴주구 과세 폭탄에 대해 다주택자들은 월세로 종부세를 충당할 수밖에 없게 됐다. 그렇게라도 해야 이 미친 세액을 견뎌낼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무주택 전세입자까지도 반전세화, 월세화 세상의 가속화로 제 월급의 상당액을 월세로 부담해야 하는 고난의 형국이 돼버리는 것이다.
이제 100만원 이상 월세를 내야 하는 아파트 반전세 매물을 보는 것은 너무나 흔한 일이 돼버렸고, 내년엔 200만원 이상 월세를 보는 것도 일상이 될 것이다. 무서운 일이다.
4.
이렇게 조세의 전가 및 귀착이 월세화 가속으로 실현되는 것과 동시에 다주택자들은 계속해서 버티기 모드로 일관할 것이다. 존버(존나게 버티기) 말이다. 대폭 인상된 고지서에 가슴을 치지만 대선 이후 부동산 정책의 변화가 예고되는 만큼 대선까지 버틸 거라는 소리다. 기존에 전세로만 유지했던 핵심지 아파트를 새 세입자로 구하거나 할 때 반월세로 내놓는 등의 형식으로 버틸 수 있을 때까지 버티리라는 것인데,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팔려고 하면 양도세 중과가 미친 듯이 부과되기 때문에 존버 이외엔 현재로서 대안이 없다.
그런 만큼 다주택자들의 매물은 이대로는 절대로 시장에 출회되지 않을 것이다. 부동산 세재 공약이 여야 후보마다 다르므로 내년 3월까지 매매는 물론, 증여도 안 이뤄지는 관망세가 주가 되면서 서울, 수도권 핵심지는 조용히 거래 급멸 속 신고가가 40% 이상씩 찍히는 희한한 폭등장이 지속될 것이다.
결국엔 당정이 싸질러놓은 희대의 부동산 악법들, 임대차 3법과 양도세 중과, 종부세 폭격 등의 조치들이 전면적으로 완화 및 폐지돼야지만 이 왜곡된 시장도 제 자리를 찾아갈 것이다. 물론 상당한 시일이 걸린 뒤라야 가능한 일이겠지만.
최근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가 이런 말을 했던데 깊이 공감하는 바다.
"조세의 기본은 신뢰이며 납세자들이 예측 가능한 수준으로 조세를 부과해야 합니다. 대부분의 나라에서 종부세는 찾을 수 없는 제도이고 재산세도 단일 세율로 부과하는데 종부세 최고 세율이 농어촌 특별세 포함 7.2%인 것은 국가가 개인을 상대로 자산을 강탈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나는 여기에 덧붙이고 싶다.
자산을 강탈하는 것이나 마찬가지가 아니라 이미 노골적으로 강탈하는 중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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