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테슬라. 우리나라 서학 개미들이 가장 좋아하는 회사. 이 회사의 수장 일론 머스크 CEO는 단 한 푼의 고정급도 받지 않기로 유명하죠. 대신 2018년 최대 10년간 최대 1억 주의 테슬라 보통주를 살 수 있는 스톡옵션을 부여받았습니다.
테슬라 주가가 최고점을 찍었던 2021년 11월 초 주당 종가는 1222달러. 당시 5900만 주를 행사가격 70달러에 매입할 수 있는 성과 목표를 이미 달성했는데, 그가 스톡옵션을 행사했다면 약 679억 달러, 한화로 80조원가량을 벌 수 있었지요.
그는 실제로 주식을 팔았습니다. 작년 11월부터 12월 말가지 1600만여 주를 팔았어요. 그렇다 보니 주가는 내리막을 걸었지요. 그러나 머스크의 스톡옵션 행사는 최근 카카오 경영진의 '먹튀'와는 결이 다르죠.
머스크의 스톡옵션은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행사가 가능한 게 아니거든요. 단계별 시가총액 목표, 그리고 매출액과 조정 현금흐름 (EBITDA) 목표까지 달성해야만 비로소 행사가 가능합니다. 이른바 성과연동형 옵션이죠.
경영능력과 상관없이 시간이 흐르면서 운 좋게 주가가 상승하고 그사이 스톡옵션을 행사해 막대한 차익을 얻지 못하는 겁니다. 그러지 못하도록 이사회가 사전에 막은 거고요. 그리고 머스크가 지난해 말 매각한 주식은 스톡옵션 행사와도 무관했죠. 오래전부터 보유하고 있던 자사 주식이었으니까요.
말하자면 머스크는 아직 보상으로 부여받은 스톡옵션을 행사한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2.
그럼 카카오페이는 어땠을까요. 지난 연말 사퇴한 류영준 카카오페이 전 대표의 행보를 떠올려봅시다. 카카오페이 상장 후 단 한 달만인 2021년 12월 초 스톡옵션 23만주를 행사했죠.
단숨에 457억원의 차익을 벌어들인 겁니다. 경영진은 돈을 번 반면 그 여파로 카카오페이는 2021년 272억원의 영업적자를 냈고, 주가는 폭락을 면치 못했습니다. 457억원은 천문학적인 숫자죠.
시간당 최저임금 9160원을 적용하면 한 사람이 하루 8시간씩 쉬지 않고 1709년 동안 일해야 벌 수 있지요. 그 돈을 그냥 '먹튀'했던 겁니다. 일론 머스크와 수준 차이가 현격해지죠.
따져봐야 합니다. 카카오페이 기업공개 후 거의 '따상'을 기록한 카카오페이 주가 상승은 경영진 노력과는 무관하죠. 외부적 원인에 기인한 것입니다. 류 전 대표가 아닌 서울역 노숙자가 CEO로 있었더라도 아마 주가는 똑같이 올랐을 겁니다.
그러나 류 전 대표를 비롯한 카카오 최고경영진은 기업공개 후 의무로 보유해야 하는 기간 적용을 받지 않는 점을 악용했습니다. 불과 상장 한 달 만에 스톡옵션을 행사해 현금화한 거죠. 그 바람에 카카오페이 주가는 한 달간 거의 반 토막이 났고, 국제적 망신사라고 할 만한 역대급 먹튀요, 모럴 해저드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3.
정말로 이런 사례가 국내에선 시시때때로 벌어집니다. 경영진의 무능과 비윤리적 행태는 너무 잦아서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이 들지요. 임인년 새해 20여일간 있었던 일만 살펴봐도 고개를 절래절래하게 됩니다. 살펴보죠.
<임인년 새해 20여일간 있었던 일>
오스템임플란트 횡령
HDC현대산업개발 붕괴
메드팩토 임상 반려
셀트리온 분식회계 감리
위메이드 위믹스 매도
신라젠 상폐
카카오 경영진 사퇴
LG엔솔 100조원 청약
안트로젠 임상 실패
에코프로비엠 공장 화재
비트코인 4만불 붕괴
나스닥 1월 최악의 수익률 하락
+
에코프로/에코프로비엠 내부자 거래
국내 주식은 단타 데일리 트레이딩을 할 것이 아니면 발을 안 담그는 게 낫습니다. 우량주 삼성전자조차도 이제 반도체 글로벌 1위가 아니죠. 대만에 지위를 내줘버린지 오래고요. 차라리 전 세계 1위 기업들이 산적한 미국 주식에 주목할 것을 추천하는 것은 그래서입니다. 미국 우수 기업에 투자한다는 것은 미국에 투자한다는 것임을 명심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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