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가점제는 분수에 맞게 아파트를 사서 국가에 꾸준히 세금을 뜯겨왔던 실소유주들에게는 대단히 불공정한 제도다. 전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부동산 불공정의 지존이랄까.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는 현 정부의 초기 캐치프레이즈와는 아주 정반대된다.
한 마디로 청약제도는 자발적 무주택자들에겐 절호의 인생 로또다. 국가에 비상식적인 규모의 부동산 세금 한 번 제대로 내본 적 없는 이들이 단숨에 수억원대 자산가가 될 수 있는 기회. 지역 사회 발전에 세금으로 기여해온 1주택 실소유자나, 임대 공급자로서 기능해온 다주택자들로선 부아가 치밀 수밖에 없다.
분수에 맞게 저렴한 경기도 아파트를 취득한 A씨가 있다고 하자. 그는 아파트 취득세와 더불어 매년 재산세를 내는 평범한 월급쟁일 뿐이다. 그런 그가 새로 짓는 집을 분양받고 싶으면 어떻게 해야 할까? 현재로선 그림의 떡일 뿐이다. 전용면적 84제곱 집은 100% 가점제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현재 청약가점제는 무주택자에게만 가점을 준다. 무주택 기간이 길 수록 최대 32점을, 부양가족 수가 많으면 최대 35점을 준다. 청약 통장 가입 기간도 최대 17점인데, 이를 합해 최대 84점으로 운용되고 있다. 강북 외곽이나, 경기도 언저리에 집 한 채 겨우 보유하고 있는 서민은 제 집을 팔고 전세로 옮긴들, 무주택 기간부터 마이너스이므로 기본 커트라인 60점도 충족시키기 힘들다.
그러나 자발적 무주택자라면 어떠할까. 최소 은수저 이상이어서 증여를 받았던 전문직 고소득자이든 10억원대 이상 전세금을 밀어넣고 서울 핵심지 신축에서 호가호위하며 살고 있는 사람들 말이다. 현금, 금융자산은 넉넉한데 소득 요건이 딱 맞아 강남 장기임대주택에 반값 전세로 사는 부류는 또 어떠한가. 무주택자인 이들에게도 청약가점제란 있는 자산을 더 불릴 수 있는 최고의 재테크 수단이 된다.
이런 고가 전세 거주자들은 그동안 취득세, 재산세, 종부세 한 푼 안 내온 무임승차자들이다. 지역 사회에 세금으로 기여한 적이 없다는 소리다. 그런데도 열심히 세금 뜯기며 저가 아파트에서 거주해온 서민들은 정부 분양가 규제 차익을 저들에게 빼앗기고 있다.
우리는 무주택자를 그저 약자로만 치환해서는 안 된다. 저런 식으로 이익을 취하려고 일부러 무주택 포지션을 유지하는 고소득 자산가들이 다수이기 때문이다. 가난한 서민 청년들을 위해 지어진 행복주택에 살며 아우디, 랜드로버, 벤츠 끌고 다니는 부자들, 우리는 심심찮게 일상에서 보고 있다. 현실을 단순화하고 왜곡하지 말란 소리다.
지금도 비인기 아파트에 살거나 다세대주택을 보유 중인 일반 서민들은 세금은 세금대로 뜯기고 청약가점제를 통해 새 집으로 옮겨갈 수 있는 기회를 박탈당하고 있다. 그리하여 강남, 마용성 등 인기지역 청약은 현금 부자 고가 전세민이 저위험으로 차익을 실현할 수 있는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하고 만다.
이제 결론부다. 청약가점제는 전 세계 부동산 제도 중 양도소득세, 분양가상한제 따위와 더불어 가장 불합리한 악의 제도다. 저가주택 보유자가 가져야 할 기회를 현금부자 무주택 전세입자가 빼앗아 가고, 3040대 월급쟁이들의 기회를 양 발로 걷어차버리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취득세, 보유세를 성실하게 납부해온 공동체의 구성원이 자기 역량에 맞는 주택을 매입해 차근차근 평수를 넓혀왔던 노력에 침을 뱉는 데 다름 아니다.
우리는 무임승차자들의 돈 벌이 수단으로 전락한 청약가점제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그 실익을 이 정권을 탄생시킨 기득권들이 챙겨가진 않았냐고 의심해보면서 말이다.
청약가점제의 전면적 수술 또는 폐지가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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