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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단상

나는 왜 물타기만 하면 계좌가 더 흘러내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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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식투자를 하는 개미들 중에 '물타기'를 안 해본 사람은 없을 것이다. 매수한 주식의 주가가 하락하면 떨어진 가격으로 추가 매수하는 경우 말이다. 투자용어로 '낙폭과대주 매수'라고 하는데, 속된 말로 '물타기'라는 표현이 더 일반화돼 있다. 그러니 물타기로 표현하자.

 안타까운 일이지만 이 물타기로 성공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길게 십수년, 수십년 투자해온 투자계 거인들의 말을 종합하자면 그러하다. 왜 그런가. 일단 물타기에 대해 더 이해해볼 필요가 있다.

 물타기가 좋다고 여기는 개미들은 처음 산 가격보다 쌀 대 수량을 늘리기 때문에 전에 산 매수가와 합산하면 평균 매수가가 내려가서 좋다고 말한다. 첫 매수가로 주가가 회복이 되어야지만 수익이 난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얼핏 합리적인 투자 행위인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생각보다 투자 경험이 적은 주린이들이 이런 심리적 함정에 자주 빠진다.

 우린 여기서 기본적인 인간 심리에 대한 이해를 해봐야 한다. 왜 사람은 내 주식의 주가가 떨어지면 물타기를 하고 싶어하나.

 1. 손실회피 심리

 행동경제학의 전망이론에 따르면 사람은 본디 손실회피 성향을 갖는다. 손실을 보는 것을 누구보다 싫어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내가 산 주식의 주가가 떨어지면 그 손실을 최대한 뒤로 미루고 싶어하는 심리가 작동한다. 내 예측이 틀렸는데도 불구하고 그걸 인정하고 매도를 하지 못한다. 그러는 순간 손실은 확정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팔지 않고 관망하다가 주가가 더 하락하면 추가 매수를 한다. 매수가보다 꽤 떨어졌으니 지금 더 사면 평균 매수가는 더 낮아질 테고 첫 매수가를 넘기면 수익이 날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그렇게 자기 자신을 설득한다.

 2. 모든 기준은 내 매수가

 투자자는 주가가 현 시점에서 싼 지 비싼 지를 기준으로 생각해야 하는데 그러지 않고 내가 산 가격을 기준으로 매수, 매도를 판단한다. 내가 샀던 가격을 절대시하기 때문에 주가가 낮아지면 단순히 그 주식이 싸졌다고 착각한다. 그래서 사자면서 추가 매수 버튼을 누른다.

 3. 비용이 싸진다고 안심한다.

 심리학의 인지부조화 이론과 관련이 있다. 원하는 바를 못 이뤘는데 그 상황을 혼자 힘으로 못 바꾸면 갈등하고 불쾌해한다. 인지부조화다. 그래서 그걸 해소하려고 제 판단과 해석을 바꿔 심리적으로 타협하는 게 인지부조화 해소다. 주식의 경우에는 이렇게 적용할 수 있다. 주가가 오를 걸 기대해서 매수했는데 주가가 떨어진 상태. 그런 상태일 때 내 판단이 틀린 걸 인정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주가는 더 내려간다. 이 사실은 불가항력적이다. 그래서 여기서 추매하면 평균매수단가(비용)을 낮출 수 있다고 스스로 설득한다. 그래서 물타기를 한다.

 물론 모든 투자자가 1~3에 휘둘려 주가 하락시 물타기하는 건 아니나 그런 경향이 만연한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그럴 경우 대부분 물타기는 실패한다. 주가가 내렸을 때 대응방법을 생각해보면 더더욱 그렇다.

 주가가 내려가면 개미들은 이렇게 움직인다.

 (1)포기하고 손해를 확정한다(손절한다)

 (2)싸게 살 기회로 받아들이고 추매한다.

 (3)관망한다.

 보통 개미는 (1)은 죽어도 싫어한다. 그래서 (3)을 제일 많이 하고, 더 내려가면 (2)를 한다. 그것도 아니면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투자의 대 원칙은 저평가에 사서 고평가에 파는 것이다. 주가는 언제나 적정한 기업 가치를 드러낼 분이다. 오르락내리락하는 것은 플레이어들의 심리에 의한 움직이지 기업의 본질 가치와는 무관하다. 따라서 주가 하락은 추가 매수할 객관적 근거가 되지 않을 때가 대부분이다. 만약 기업의 실적이 나빠졌다면 더 떨어질 수 있는 것이지 않나.

 우리가 하락장에서 무조건 추가매수를 하는 게 이득이라는 단순무식한 사고방식에서 탈피해야 하는 이유다.

 투자의 세계는 그보다 복잡미묘하므로 항상 시장 앞에 고개를 숙이는 게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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