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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단상

집은 원래 빚 내서 사는 것이다, 집값의 90%까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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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한심한 소리 중 하나가 '몇 년을 모아야 서울에 집 한 채 산다'라는 말이다. 이따위 선동은 매 분기, 매년 집값 상승기마다 피곤한 새벽녘의 알람 소리처럼 울려대기 일쑤다. 알고 짖어대는 거면 사악한 것이고, 모르고 짖어대는 거면 무식한 것이다. 어쨌든 둘 다 한심하기 이를 데 없다.

생각해 보라. 한국은 이미 선진국이다. IMF가 선정한 글로벌 경제 순위 10위다. 미국, 중국, 일본, 독일, 영국, 인도, 프랑스, 이탈리아, 캐나다를 잇는 경제 규모 10위 국가란 말이다. 최근 유엔무역 개발 회의(UNCTAD)도 한국의 지위를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격상시켰다.

그런 나라에서 금수저가 아닌 이상 평범한 직장인이 불과 몇 년 모은 돈으로 대출 없이 집을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게 정상인가? 당연히 비정상이다. 그럴 수 있는 나라는 글로벌 도시 어느 곳에서도 없다.

올바른 주거 복지 정책이 뭔가. 대출 장려와 집 거래 활성화다. 열심히 절약하고 종잣돈 모으는 사람이 현금흐름이 안정적이라면 레버리지를 최대한 허용해 주어 좋은 집에 살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그렇게 좋은 집에 살면서 제 몫의 취득세와 재산세를 납부하며 지역 공동체에 기여하게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정부는 세금 한 푼 내지 않으면서 공동체에 기생하는 프리라이더(무임승차자)들을 무수히 양산해내고 있다. 그런 그들은 현 정부의 강력한 지지층을 이루는 기반이다.

집은 빚내서 사는 것이다. 원래 그래야 한다. 최선의 LTV는 90% 정도다. 이게 납득이 안 가면 시야를 좀 더 넓게 가지길 바란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든 집은 빚내서 사게 한다. 소득 대비 대출 비율, 이른바 총부채상환비율(DTI)로 측정한 개인이 충분한 현금흐름을 통한 상환 여력을 지녔다면 20~30년 만기 분할상환 모기지로 집값의 80~110%까지 빌려준다. 그게 바로 세계 표준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이제는 집값의 40%만 대출을 해준다. 이 가격대를 초과하면 20%로 제한하고, 심지어 15억 원부터는 대출을 금지한다. 이것은 국가가 개인의 경제활동에 가하는 폭력이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근간을 뒤흔드는 금융 독재다.

생각해 보라. 청년들이 어떻게 집값의 60~100%를 현금으로 마련하겠나. 금은 수저여서 부모로부터 증여받았거나 극소수의 성공한 사업가가 아닌 이상 불가능하다. 대부분의 월급쟁이로선 초인적인 절약과 재테크로 집값의 10~20%만 마련해도 대단한 것이다.

그런 사람이 종잣돈이 없어도 소득이 증명되고 그 흐름이 꾸준하면 집값의 80%, 90% 이상 대출받을 수 있게 해주는 것이 뭐가 잘못되었나. 그렇게 집을 장면하면 더 열심히 돈 모으고 제 자신과 가족을 책임지려하며, 공동체에 기여하게 된다.

어떻게 기여하냐고? 젊은 나이부터 집 사서 지방세인 취득세와 보유세를 내는 게 지역 공동체에 기여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지자체가 소중한 우리 세금을 함부로 쓰진 않는지 감시하고 싶어지고, 그러한 사람들이 늘어날수록 지방자치는 더 건강해진다.

결과적으로 사회 전반에 보탬이 된다는 얘기다. 이런데 그 젊은 나이에 빚내서 집 사면 위험하니 반대한다? 그따위 생각에 물든 사람은 가슴에 손을 얹고 진심으로 반성하라. 당신들이야말로 이 땅의 뭇 청년들의 꿈을 짓밟고, 공동체를 위협하는 세력이다.

다시 세계로 눈을 돌려보자. 미국, 영국, 유럽, 일본 등 상식을 가진 대부분 선진국에선 주택 구입 시 LTV는 90%가 넘는다. 최대 105% 정도 된다. 그 보수적이라는 독일도 80%까지 해준다. 상환 능력을 의미하는 DTI만 너끈하다면 집값의 대부분을 레버리지로 쓸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이다. 집값이 상당히 비싼 런던도 95%가 가능하다.

우리도 그래야 한다. 매달 버는 돈을 월세로 쓰며 날리게 할지, 레버리지를 이용해 집을 사서 원리금 상환에 쓰게 할지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이 땅의 청년들에게 충분히 제공해야 한다. 다시 말해 DTI 60% 이내로 상환 가능한 소득만 있으면 LTV 90% 정도까진 돈을 빌려주게 하라. 그렇게 하는 것만이 진정으로 기회의 평등, 과정의 공정, 결과의 정의로움을 가져올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국가가, 지자체가, 기성세대가 해줄 수 가장 책임 있는 행위 중 하나다. 그러나 이 정권은 부동산을 정치 수단으로 삼아 시장을 황폐화시키기만 할 뿐이니, 나라는 가라앉는 타이태닉호 신세가 되어가고 있다. 개탄스러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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