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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에 대한 단상

코인 투자로 수억원 탕진한 심리학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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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3월.

직장 생활 14년차가 되니 사는 게 지긋지긋해졌다.

회사의 노예로 사느니 인생 한 방을 노려보고 싶었다.

나도 구제받을 수 있을까.

어떻게든 이런 삶에서 벗어나야 했다.

그동안 모은 목돈은 수억원.

모두 가상화폐에 '몰빵'했다.

비트코인이 아닌 이더리움 등 다른 가상화폐들을 뜻하는 알트코인에 투자하기로 결정했으니, 이유는 하이리스크인 만큼 하이리턴이라고 판단한 것이었다.

초심자의 행운이 있었다.

1주일 만에 수익률 20%를 달성했다.

기쁨과 흥분이 가시지 않았다.

하지만 환호는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2개월 후 투자금의 50% 넘게 잃었다.

살기 싫었다.

직장인의 고충을 상담하는 심리학자, 자살 예방 교육 전문가였지만 그럼에도 삶을 포기하고 싶었다.

이 사연은 <심리학자가 투자실패로 한강 가기 직전 깨달은 손실로부터의 자유>라는 책을 쓴 김형준 강북삼성병원 기업정신건강연구소 수석연구원(41) 본인의 이야기다.

그가 동아일보와 인터뷰한 주요 멘트만 골라서 소개해본다.

부동산 투자자든, 주식 투자자든, 암호화폐 투자자든 그의 고투가 꽤 많은 영감과 인사이트를 줄 것이다.

"가난한 삶은 아니었지만 주변에서 가상화폐, 주식, 부동산 투자로 수익을 냈다는 소리를 들을 때마다 나는 '벼락거지'가 된 느낌이었어요."

"주식 계좌조차 없을 정도로 재테크에는 당초 관심이 없었어요. 그런데 사람들 이야기를 듣다 보니 마음이 조금씩 흔들렸죠. 나만 돈을 못 버는 것 같은 억울함도 들었고요."

"누구 집이 1년 새 3억 원이나 올랐다, 누가 비트코인으로 한 달 만에 1억 원을 벌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마음이 조급해지고 부아가 치밀더군요. '소확행'보다 투자를 고취하는 감탄사 '가즈아'가 더 와닿더라고요."

"출처가 어딘지 알 수 없는 정보만 믿고 투자하기도 했죠. 당연히 실패했고, 끙끙 앓았죠. 가상화폐 투자를 아예 포기한 것은 가족 앞에 서면서였어요."

"아내에게 투자에 실패했다는 말을 하지 말까 고민하는 순간 내가 중독자가 되는 문턱에 서 있음을 직감했죠. 정신건강을 관리하는 직업인으로서 수치심에 시달렸지만 지금은 가상화폐를 모두 팔고 일상으로 다시 돌아왔고요."

"잃은 돈을 되찾는 게 손실을 만회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아니에요. 뻔하다고 말할지 모르지만 마음을 잃지 않으면 일상을 만회할 기회는 얼마든지 있습니다. '한강 가즈아'처럼 극단적 선택을 은유하는 신조어가 투자의 상징처럼 쓰이는 게 안타까워요. 정말 우리는 행복해지기 위해 투자하는지 자문할 때입니다."

그의 말처럼 핵심은 마음을 잃지 않는 것이다. 마음을 잃지 않으면 만회할 기회가 반드시 주어지기 때문이다. 물론 돈을 벌려는 행위 자체가 무엇을 위한 것인지를 항상 생각하고 고민하고 있어야 한다. 오로지 나의 탐욕을 채우고, 남보다 우월해지기 위해서, 으스대기 위해서라면 돈은 멀어지기만 할 뿐이라는 사실도 명심하자. 돈에도 속성이 있다. 돈은 영민하고도 영악하여서 자기 자신을 감당할 수 있는 그릇의 사람이 아니라면 달아난다. 돈을 존중하고 돈을 귀히 여기며, 그 돈을 투기가 아닌 진정한 투자, 가치 있는 투자에 담글 줄 아는 사람에게 돈은 비로소 보배가 되어준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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