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22일 '상반기 금융안정보고서'를 냈다. 국내 주택가격이 서울, 수도권을 중심으로 고평가됐다는 내용이다.
"금융 불균형이 축적된 상황에서 경제가 대내외적 충격을 받으면 주택 가격이 급락할 수도 있다"는 경고.
저의부터가 의심스럽다. 현재의 낮은 가계대출 연체율이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정책 지원에 의한 착시현상이라는 지적에선 실소마저 터진다.
금리 올릴 명분이라도 만들려는 건가? 그럴려면 진작에 그랬어야지. 최소한 작년에라도.
살펴보자. '상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신규 가계대출 연체율은 대출 후 1년이 지난 시점을 기준으로 평균 0.6%. 지난 2013∼2019년 가계대출 연체율(1.0%)을 크게 밑돈다.
한은은 코로나19 이후 시행된 각종 지원 조치가 없었다면 작년 연체율은 현재 수준보다 0.3∼0.6% 포인트 높아졌을 거라고 했다. 한 번 묻고 싶다.
각종 지원 조치? 어떤 조치가 있었나? 포퓰리즘의 극치인 재난지원금? 하나 마나 했던 재난지원금 선동으로 연체율이 얼마간 안정됐다고? 이 궤변은 현 정부의 망상을 되풀이하는 데 다름 아니다.
그러니 의아스러운 것이다. 그 똑독한 인재들이 모여 있다는 중앙은행에서 이런 잡스런 분석을 냈다는 것은. 저들 배후에 음흉한 뭔가가 있다는 생각이 자꾸 드는 이유다. 이 기막힌 타이밍을 보라.
지금 언론에선 연일 급등장 보도를 쏟아낸다. 전세 매물 급감, 월세 급등, 매맷가 폭등 현상 말이다. 현 정권이 싸지른 폐악질로 이 사달이 난 것인데도, 한은이란 곳은 그 원인에 대한 옳은 지적은 커녕 정권이 바라는 대로 꼭두각시 나팔수를 자처하고 있다.
한심하지 않나. '아몰랑, 이러다가 폭락해, 큰일났어. 조심해야 돼.' 현 정부 지지층인 광신도 무주택자들만 환호한다. '4년 전 수준으로 집값이 복구돼야 해. IMF 때처럼 될 거야.' 경제원론에 대한 최소한의 이해도, 역사로부터 배훈 교훈도 없다. 그냥 제 믿고 싶은 대로 믿는 것이다. 언제나 현실에 배신당하며.
다시 한은 보고서로 가자. 현재 취약 부문은 다중채무자(금융기관 3곳 이상에서 돈을 빌린 사람)이면서 저소득자(소득 하위 30% 이하) 또는 저신용자(신용점수 664점 이하) 같은 취약 대출자,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70% 이상인 고(高)DSR 대출자라고 한은은 쓰고 있다.
여기서 취약 부분은 연소득의 70% 이상을 대출 원리금을 갚는데 쓰는 부류. 이들을 중심으로 상환 여력이 취약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역시 기우다. 지금 이 나라만큼 부동산 대출 규제를 폭력적으로 가하는 곳이 있나. 그리고 취약 계층은 애초 내 집 마련에 접근하기도 어려웠다. 언제나 그랬다.
또한 지금은 개인의 캐쉬플로우가 세계 어느 나라보다 안정적인 상태다. 여력이 충분한 매수자들을 중심으로 집을 사들이고 있는 현실이다.
이 가운데 시장 경제의 근간을 뒤흔들 만큼 세계 최고 수준의 반시장적·반자본주의적 대출 옥죄기를 펼치고선, 이제야 표심을 얻기 위해 저소득층을 위한 대출 규제 완화가 이어지는 모습이다.
한은이 지금 뒷북을 취고 있다. "취약 대출자는 시장금리 변화에 민감한 신용대출 비중이 크고, 금리가 오르면 채무상환 부담이 상대적으로 더 크게 증가한다." 이런 동어반복적인 얘기는 짚어치우라.
결과적으로 한은 보고서는 현장을 둘러보지 않은 책상물림들의 교과서 뇌까리기다. 하나마나한 소리만 하는 것이다. 그럴 시간에 현장을 둘러보면 좀 좋겠는가. 운동도 되고.
그러기는커녕 한은은 "부동산, 주식 채권 등 자산시장 현황을 평가한 결과 주택가격의 경우 장기 추세와 소득 대비 비율(PIR) 등 주요 통계지표를 보면 서울 지역을 중심으로 고평가됐다"고 기어이 결론을 내린다. 근본 원인은 쏙 감추어 둔 채로 말이다. 한은이 정권으로부터 독립된 금융기관이란 말은 거짓이다.
소득 대비 주택 가격이 높아진 것은 누구의 잘못이었나. 문재인 정부였다. 코로나 이전에도 소득주도성장, 최저임금제 등으로 고용 시장을 황폐화시키더니, 임대차법, 분양가상한제, 양도세 중과, 전월세신고제, 임대사업자 규제 등 세계 어느 국가에서도 상상할 수 없는 가렴주구형 과세 폭탄, 거래 마비 정책으로 시장을 작살내고서는 온 국민을 고통받게 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이번 보고서가 나왔다. 경제 대내외 충격 땐 집값이 폭락할 수도 있다는 3류 양아치의 겁박과 함께. 금리 인상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는 속내는 드러내지 않은 채로.
그러니 고하려는 것이다. 한은은 그냥 누추한 그 아가리를 다물고 있길 바란다고. 당신들도 이 정권과 본질에서 다르지 않다고.
그리고 너희들로 인해 마침내 집을 마련하려던 무주택 서민들이 어렵게 내린 결심을 단념하고 자발적 벼락거지로 한없이 가라앉게 되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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