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만기가 다가온다.
전셋집을 찾으려 중개업소 문을 두드린다.
그러나 중개사들은 고개를 내젓는다.
준전세나 월세를 구해보란다.
집주인이 전셋값을 올려서 대출이자를 더 내야 하거나 월세를 내야 하거나 실상 별 차이가 없다고 한다.
한숨이 나온다.
매달 나가는 돈이 그렇게 많아지면 어떻게 생활하라는 말이냐.
서울 임 대차 시장에서 전세가 소멸하고 있다는 것은
이미 작년부터 줄기차게 해온 얘기다.
전세가 소멸하는 대신에
준월세 및 준전세, 이른바 반전세나 월세가 늘어나고 있다.
예컨대 2019년 5억원대 전세를 주고 머물 수 있던 집은,
현재 동일 보증금을 낸다면 150만원가량 월세를 추가로 내야 한다.
전셋값이 원가 오르면서 감당할 수 있는 수요자는 줄었고,
집주인들은 세금 등을 이유로 월세를 선호할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이 세금이 세입자에게 전가된다는 것은
경제원론에 나오는 '조세의 전가 및 귀착'의 아주 기초적인 예이며,
정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친 듯이 과세에 혈안이다.
그럴 수록 고통받는 것은 모두이고,
상대적으로 더 고통받는 것은 세입자인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제 세입자들은 상승한 전셋값을 감당 못 한다.
집을 못 사는 것은 물론이고 전셋값도 감당 못 한다.
결국 월세 밖에 길은 없고,
이런 사면초가 속에서 월 소득의 대부분이 월세로 빠져나감에 따라
한없이 가난으로 가라앉을 수밖에 없다.
이쯤에서 데이터 좀 보자.
얼마나 심하길래.
한숨이 절로 나올 것이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들어 11월까지 서울에서 체결된 아파트 임대차 계약 등록 건수는 5만1921건.
이 가운데 월세가 포함된 계약은 1만9710건으로 37.96%이.
상반기에는 이 비율이 35.39%였는데 상반기보다 더 높아졌다.
아파트만 그런 게 아니다.
부동산 정보제공 앱 직방에 따르면
지난 8월 전국 주택 임대차 중 비아파트 월세 거래 비중은 47.6%를 기록.
서울은 47.4%, 수도권은 44.8%로 아파트보다 비율이 높았다.
높아진 전셋값을 반전세로 돌리면
월세가 상승하는 것은 필연이다.
사례 하나만 들자.
강동구 상일동 고덕 그라시움 84제곱이다.
지난달 보증금 3억 3천, 월세 100만원 반전세가,
고덕센트럴아이파크 전용 84제곱도
지난달 보증금 5억, 월세 140만원 실거래가 이뤄졌다.
강남구는 어떤가.
일원동 디에이치 자이 개포 전용 84제곱.
보증금 12억원에 140만원 월세 준전세 계약이 이뤄졌다.
지난달 얘기인데,
보증금이 줄면 월세는 치솟는다.
보증금 1억 3000만원응로는 월세 450만원이다.
이건 지난 9월 계약건이다.
이 모두 새 임대차법 여파로 볼 수 있는데,
이후 전세 물량은 정말 급속도로 폭감해버리고 말았다.
한 번 집을 내놓으면 4년간 가격 조정이 어려우니 이렇게라도 하는 거 아니겠는가.
더군다나 금리가 오르고 있고
실수요자로선 이자 부담이 늘어나니 월세 거래가 차선이 될 수밖에 없다.
이달 1일 기준 한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형) 금리만 봐도 이해가 가낟.
하루 만에 3.88∼5.08%에서 4.00∼5.20%로 양 끝이 0.12%포인트씩 높아졌다.
은행채 등 시장금리가 빠르게 치솟으면서다.
결국 살길이 막막해지는 순서의 최말단은 현금 부족한 평범한 전세입자다.
결국 이를 해결하려면 종부세 대폭 인하와 양도세 전면 폐지 및 대폭 인하, 임대차법 무효화 등의 결단적 조치가 필요하건만,
그럴 여지가 안 보이므로
어둠의 터널은 더더욱 오래 지속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안타까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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