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부동산 시장의 메인 플레이어는 누구일까요? 40대 이상 중장년층일까요? 아니지요. 2030세대입니다. 실수요자 위주로 재편된 서울 부동산 시장에서 2030세대는 이제 큰 손입니다. 세대 교체가 이뤄졌습니다.
정말인지 살펴보죠. 직방 데이터입니다. '직방'이 올해 1분기(1∼3월) 서울 지역의 공동주택·상가 등 집합건물(구분 소유권의 객체가 될 수 있는 건물)을 매매한 소유권이전등기 매수인 통계를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40세 미만 연령층이 40%에 근접했습니다. 10명 중 4명인 거죠. 연령별로 살펴봅시다. 40세 미만이 37.1%이고, 40~59세는 46.9%, 60세 이상 16.0%이었습니다.
놀라운 것은 생애 첫 부동산 구매 연령층입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부동산을 산 사람 10명 중 6명이 2030세대였다고 하네요.
2030의 부동산 매수는 '영끌'이 한창이던 지난해 4·4분기 38.2%, 올 1·4분기 37.1%로 역대 가장 많은 수준입니다. 반면 부동산 시장의 '큰손'이었던 40~59세는 최근 6개월 동안에는 40% 중반대로 내려 앉고 말았죠.
2030 매수 수요는 특정 지역에 머물지 않았습니다. 서울 구석구석으로 빠르게 퍼져가면서 가장 영향력 있는 수요층으로 부상했지요.
권역별로 보면 확실해집니다. 영끌 바람이 불었던 강북 비중이 제일 높습니다. 올 1·4분기 서울 권역별 집합건물을 매수한 40세 미만 매수인 비중은 마용성(마포·용산·성동)이 39.3%로 가장 높았고, 노도강(노원·도봉·강북) 39.0%, 그 외 서울 37.1%, 강남 3구 34.2%로 조사됐습니다.
2030 매수 비중은 지난 2019년 3·4분기부터 큰 폭으로 증가했습니다. 강남 3구도 30% 이상으로 늘었고, 마용성은 작년 4·4분기 46.2%까지 증가했지요.
첫 구입은 주로 노도강에 몰렸습니다. 가격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으니까요. 실제로 올 1·4분기 노도강이 66.4%로 가장 높았다고 합니다. 마용성은 59.1%, 강남3구는 54.0%로 증가했네요.
작년까지만 해도 2030세대의 이런 매수 행위를 안 좋게 보는 시선이 많았습니다. 공포심에 의한 매수 행위라는 거죠. 지금 아니면 영영 못 살 것 같아서 앞다퉈 매매시장에 뛰어들었다는, 이른바 '패닉바잉' 말입니다.
그런데 정말 패닉바잉에 불과했나요? 아니지요. 지난해 영끌했던 2030세대는 결국 승자가 됐습니다. 집값 상승세는 잡히지 않았고,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도심과 외곽 가릴 것 없이 치솟고 있습니다.
이런 분위기는 더욱 가열되고 있습니다. 4.7 재보궐 전후로 재건축 시장이 다시 들썩이고 있음을 보시죠. 재건축 단지가 들썩이면 결국 서울 주요 지역 또한 들썩이게 됩니다. 가뜩이나 6월 1일부터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면제가 끝나죠. 매물이 실종됐을 때의 결과는 불 보듯 뻔합니다.
우리는 2030세대를 무시해선 안 됩니다. 오히려 그들로부터 배워야 합니다. 경제학에 '호모이코노미쿠스'라는 말이 있죠. 합리적 경제인이라는 뜻입니다. 호모이코노미쿠스는 주어진 여건 하에 가장 합리적으로 경제 행위를 하는 존재입니다. 비용과 편익을 따져 미래를 관측하면서 움직이지요.
지난해 2030세대가 그토록 매수 행렬에 뛰어든 것도 이러한 합리적 경제 행위로 바라봐야 합니다. 시장의 앞날을 염두에 두면서 미래의 소득을 현재로 끌어당긴 다음(레버리지) 실물자산에 배팅한 것입니다. 이것이 어찌 공포심에 의한 패닉바잉일까요. 오히려 반대지요.
이들은 인플레이션 시대에 실물자산 보유가 얼마나 중요한 지를 머리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걸 몸으로 실천했습니다. 이 엄혹한 시국의 한 가운데서 말입니다. 어쩌면 그런 이들이야말로 지금 이 시기, 가장 존중받아 마땅한 세대인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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